BNK경남은행 본점 전경. /경남은행 제공

금융감독원이 30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14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에 걸쳐 벌어진 횡령에 대해 경남은행이 인지하지 못한 것을 두고 내부통제 부족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금감원은 횡령과 관련한 임직원에도 인적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나온 징계 수준에 대해 논의한 뒤 다음 달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2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경남은행에 대해 기관경고를 내린 금감원의 제재심 결과를 받고 최종 제재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남은행의 제재 수준을 논의 중이다”라며 “이르면 다음 달 정례회의 안건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금융사의 징계는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면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경남은행에서는 지난해 3089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적발됐다. 이는 금융권에서 일어난 횡령 사고 중 가장 큰 규모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직원 A씨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4년 동안 77차례에 걸쳐 총 3089억원을 횡령했다. 장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한 A씨는 PF 사업장에서 허위 대출을 취급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해 횡령을 저질렀다.

금감원이 경남은행에 내린 기관경고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금융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와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으로 나뉜다.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간 금융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건물. /금감원 제공

금감원은 이번 횡령사고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고의 원인을 내부통제의 미작동으로 보고 있다. 경남은행 역시 횡령 직원이 15년간 동일한 부서에서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거액 입출금 등의 중요사항을 미흡하게 점검했다. BNK금융지주 역시 경남은행이 지주에 편입된 2014년 10월 이후 PF 대출 취급 및 관리 등 고위험 업무에 대해 한 차례도 점검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횡령 사고와 관련된 임직원에 대한 제재도 결정했다. 횡령과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이번 횡령 사고를 늑장 보고한 관련자에 대한 제재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4월 초 횡령 사고를 인지했으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조사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3개월 뒤인 7월에서야 금감원에 횡령 사고에 관해 보고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앞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전·현직 임원 11명, 직원 12명에 대해 주의·견책 등의 인적 제재를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14년간 일어난 횡령사고인 만큼 인적 제재 내용도 포함돼 있다”라고 했다.

이번 제재로 예경탁 경남은행장의 연임도 불투명해졌다. 예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경남은행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조만간 차기 행장 인선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예 행장이 횡령사고로 직접 제재 대상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 물을 수 있는 만큼 이번 횡령사고에 대한 제재는 예 행장의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