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모습. /뉴스1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제휴은행을 기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금융 당국에 의해 결국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을 발판 삼아 선두인 업비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려던 빗썸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빗썸과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 만료되는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빗썸은 지난 2018년부터 지속된 NH농협은행과의 동행을 6개월 더 이어가게 됐다.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들은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제휴 은행에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빗썸은 앞서 지난달 말 금융 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을 위한 사전 자료를 제출했다. 해당 자료에는 실명계좌 제휴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바꾸는 중대 변경 사항이 담겼다. 이번에 빗썸과 NH농협은행이 연장 계약에 합의한 것은 금융 당국이 제휴은행 교체 시도를 결국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빗썸은 올해 초부터 제휴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금융 당국이 제휴은행 변경에 난색을 보이면서, 지난 3월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6개월 연장했다.

후발 주자였던 업비트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손을 잡은 후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빗썸을 추월했다. 지난해 업비트의 점유율이 90%까지 치솟은 반면 빗썸은 10%대까지 쪼그라들기도 했다. 빗썸은 이후 한시적인 거래 수수료 면제 등 여러 수단을 가동해 현재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업비트에 큰 격차로 뒤처진 상황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빗썸은 업비트가 최근 몇 년간 고속 성장을 한 이유는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면서 “보수적인 이미지가 있는 NH농협은행보다 규모와 이용 고객 수 등에서 훨씬 앞서는 KB국민은행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은 NH농협은행과 2018년부터 제휴해 왔다. 사진은 지난 7월 김영진 빗썸코리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사진 왼쪽)과 박광원 NH농협은행 기업디지털플랫폼부장이 가상자산 이용자예치금 관리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NH농협은행 제공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제휴은행 변경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빗썸의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거래소인 빗썸이 갑작스럽게 실명계좌 제공 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바꿨을 경우 기존 NH농협은행을 통해 들어온 가입자 관리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빗썸이 KB국민은행을 새 파트너로 삼겠다는 시도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반적으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은행과의 연장 계약을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에도 6개월만 체결한 것도 교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