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일각에서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시장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0%로 올린 이후 2년 반 동안 유지했던 긴축 기조를 끝내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연준은 이날 공개한 기준금리 전망 지표(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5.10%에서 4.40%로 낮춰 제시했다. 이는 올해 안에 금리를 추가로 0.50%포인트 인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최근 몇 달간 약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만한 최대 호재로 여겨져 왔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미국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승인, 반감기 등을 거친 후 가격 상승 요인이 소진돼 거시경제 상황 변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비교적 차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후 6만2500달러를 뚫었지만, 현재는 6만2000달러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전날보다 고작 0.3% 오른 8280원에 거래 중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회장은 “연준은 이달 금리 인하를 포함해 앞으로 18개월간 기준금리를 최소 1.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미국과 전 세계 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올해 말까지 1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을 지지해 왔던 완화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오랜 긴축 기조를 끝내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인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 본 것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빅컷 결정이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5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멕스의 아서 헤이즈 창업자는 “앞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일본 엔화 가치는 오를 것”이라며 “이로 인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서 헤이즈의 발언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돼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글로벌 시장의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지난 7월 31일 기준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인상한 후 엔 캐리 자금이 청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주식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바 있다.
경기침체 우려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등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점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전날 뉴욕 증시는 빅컷 결정이 오히려 경기침체 가능성을 심각하게 본 것이라는 인식이 늘면서 하락 마감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을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TV 토론 이후 접전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며 고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