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와 하이브가 3년 전 서로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구축했던 동맹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합작사도 존폐 위기에 몰릴 정도로 실적이 부진해 3년에 걸친 동맹이 모두에게 득(得)보다는 실(失)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양사의 주식 양도 제한은 2개월 후 끝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나무와 하이브는 지난 2021년 11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서로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가상자산 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두 회사가 상대방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하고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두나무는 7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 지분 5.57%를 매입했고, 하이브는 두나무의 장외주식 2.48%를 5000억원에 사들였다. 두 회사는 오랜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분 맞교환 후부터 3년간 서로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도록 제한을 걸었다. 당시 체결한 주식 양도 제한 기간은 오는 11월 23일부로 종료된다.
금융 시장에서는 주식 양도 제한 시점을 지난 후 두 회사의 동행이 곧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나무와 하이브 주가가 동맹 관계를 구축할 때보다 하락해 서로가 재무적으로 큰 손실을 봤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두 회사 모두 현재는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상승 동력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하이브의 경우 2021년 11월 당시 주가가 40만원을 넘어섰지만, 현재 16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3년 만에 ‘반토막’을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두나무는 지분을 맞교환할 당시 투자했던 자금을 그대로 대입하면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두나무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하이브 지분의 장부금액을 5788억원으로 평가했지만, 현 주가가 지난해보다 더 떨어져 실제 손실 폭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브 역시 두나무 지분을 사들이면서 큰 손해를 봤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의 장외주식은 현재 9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분 맞교환 당시 거래 가격은 50만원대 달했다. 3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장외주식 가치가 폭락했다.
두나무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두나무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57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2% 급감했고, 영업이익도 53% 줄어든 1590억원에 그쳤다. 하이브 역시 회사의 핵심 그룹인 BTS가 멤버 일부의 군 복무 등으로 당분간 활동이 어려운 데다, 자회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와의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실적을 단기간에 반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나무와 하이브의 합작사로 주목을 받았던 엔터테인먼트 기반 NFT 기업인 레벨스도 출범 후 지금껏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레벨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억3305만원에 그쳤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68억원, 61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마케팅과 법인 운영 등에 비용만 쏟아부은 채 사업으로 수익을 얻지 못한 것이다.
레벨스는 지난 2022년 두나무와 하이브가 합작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샌타모니카에 설립한 회사다. 두나무가 500억원을 출자해 지분 75%를, 하이브가 170억원을 출자해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BTS 등 하이브 소속 가수들을 앞세워 미국 현지에서 대체불가토큰(NFT) 판매로 수익을 얻겠다는 게 레벨스의 사업 목적이었지만, 이 회사는 출범 후 지금껏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나무와 하이브가 처음 맞손을 잡았을 때는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한 NFT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기대감이 컸지만, 3년이 지난 현재 NFT는 거품이 모두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회사가 서로에게서 별다른 실익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계속 동맹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