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의 간판. /연합뉴스

은행권이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세가 신용대출로 옮겨붙지 않도록 미리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현재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를 한 곳은 KB국민·신한은행 두 곳뿐이지만, 다른 은행도 신용대출 증가 상황에 따라 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일부 예외 사유에는 특별 한도를 주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자체적으로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 은행은 KB국민·신한은행이다. 아직 신용대출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은행들은 신용대출이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분명해지면 곧바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 증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103조9321억원으로 전월 말(103조4562억원)보다 4759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감액했으며, 전날부터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을 최대 연소득까지만 내주고, 13일부터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한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 신용대출에 대한 한도 제한 조치가 나오면서 일별로 신용대출 증가 추이를 보고 있다”라며 “9월 들어 주식시장의 약세와 기업공개(IPO)에 따라 일부 투자 수요 때문에 신용대출이 늘었다가 다시 줄어들기도 했는데 추세적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난다고 판단하면 바로 대출 제한 조치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내부.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 당국에서도 신용대출 관리 조치를 다방면으로 준비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신용대출로 마련하려는 수요가 과거보다는 줄어들기는 했지만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의 풍선효과가 신용대출로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에서도 신용대출에 대한 선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금융 당국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 중인 대책은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연소득 내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지난 2021년 가계부채 증가 시기에도 금융 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축소했다. 또한, 금융 당국은 DSR을 산정할 때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만기를 현행 5년에서 추가로 축소해 전체적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다만,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더라도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조치가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 3년 전 가계부채 증가 시기에도 실수요자까지 대출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혼, 장례·상속세, 출산, 수술·입원 등 4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특별 대출 한도가 부여됐다. 당시 예외 사유가 인정되면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50%, 최대 1억원의 특별 한도가 적용됐다. 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당국의 발언이 나오면서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도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조치도 병행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뒤 신용대출 관리 대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주문을 들어본 뒤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추가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