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가 미국 및 유럽의 가상자산 관련 금융 당국 인사와 연이어 만났다. 해외 당국 관계자들은 금융위와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동향 및 정책 사례를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가 만난 해외 당국 인사들이 친(親)가상자산파로 분류되는 만큼 국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규제 중심적인 금융 당국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가상자산과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 전·현직 가상자산 관련 당국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날 면담에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을 포함한 가상자산과 실무진이 참석했다. 해외 전·현직 당국 관계자로는 클라라 게라 리히텐슈타인 총리실 금융시장혁신국장과 안젤라 앙 전 싱가포르 통화청(MAS) 결제감독국 부국장이 금융위를 찾았다.
게라 국장과 앙 전 부국장은 각각 리히텐슈타인과 싱가포르에서 가상자산 관련 정책 입안을 이끈 인물이다. 게라 국장은 2019년 부국장일 시절, 리히텐슈타인의 가상자산 기본법인 '가상자산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자 법(TBT)'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이 법은 유럽 최초의 가상자산 관련 법으로 전통 금융 자산을 가상자산화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했다. TBT는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규제법인 미카 제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앙 전 부국장은 싱가포르 통화청 소속일 당시 금융 결제 서비스 사업자들을 관리 ·감독했다. 앙 전 부국장이 관리하는 사업자 중엔 가상자산을 통한 결제 서비스 사업자도 포함돼 있다. 싱가포르 내에선 택시 호출 및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그랩을 사용할 때 비트코인·이더리움 결제가 가능할 만큼 가상자산 결제 시장에 개방적이다. 게라 국장과 앙 전 부국장은 자국의 가상자산 정책 입안 및 산업 발전 사례를 김 과장에게 공유했다.
앞서 지난 2일엔 김소영 부위원장과 마크 우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임위원의 면담이 이뤄졌다. 우예다 상임위원은 SEC의 정책을 결정하는 상임위원 5인 중 한 명으로 SEC 내 대표적인 친가상자산 인사로 분류된다. 우예다 상임위원은 김 부위원장에 블록체인 등 기술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물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면서도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금융 수요에 발맞춰 한국과 미국이 활발히 소통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금융위가 연이어 해외의 친가상자산파 당국 관계자를 만나자 국내 가상자산업계 내에서 기대감이 불고 있다. 이번 교류를 계기로 가상자산 산업을 바라보는 금융 당국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길 바라는 기대감이다. 지금까지 국내 제도는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규제 위주였으나 금융 당국이 글로벌 사례를 참고해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희망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및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 발행 허용 등 제도가 미비한 분야에 대해 금융 당국이 신경 쓰고 보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