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 등 대형 거래소들의 점유율 독점 구조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비즈DB

국내 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까지 시행되면서 거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규모와 자본력에서 앞선 대형 거래소의 경우 무료 수수료 등을 통해 버티고 있지만, 소형 거래소들은 미미한 점유율마저 유지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5일 가상자산 통계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기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5곳의 전체 하루 거래량은 16억6238달러(약 2조2300억원)를 기록했다. 하루 50억달러 넘는 거래가 이뤄졌던 지난달에 비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던 지난 3월 초와 비교하면 약 10% 정도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일부 대형 거래소의 점유율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점유율은 68.3%, 빗썸은 28.4%를 각각 기록했다. 두 곳의 대형 거래소가 전체 시장의 약 97%를 차지한 것이다. 코인원은 2.7%를 기록했고, 코빗과 고팍스의 점유율은 각각 0.6%, 0.1%에 그쳤다.

소형 거래소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빗썸이 처음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작하자 코빗과 고팍스도 잇따라 무료 수수료를 도입했다. 1월 중순 이후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코빗과 고팍스의 점유율은 1%를 넘어섰다.

그러나 2월 이후 수수료를 잇따라 유료로 전환하면서 코빗, 고팍스의 점유율도 다시 1%를 밑도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빗썸의 경우 업비트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 여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어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에도 반등한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소형 거래소들은 이렇다 할 장점이 없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소형 거래소에 악재가 됐다. 이 법은 정기적으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상장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이 작고 주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들은 상장 폐지 가능성이 커져 거래량이 급감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주요 가상자산의 경우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주로 거래된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업비트에 상장돼 있지 않은 알트코인들의 거래 비중이 크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알트코인 거래가 줄면서 소형 거래소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빗썸은 최근 거래량 감소로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자, 다시 한시적인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냈다. 지난 1일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 등 2종의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했고, 뒤이어 비트코인을 포함한 76종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6일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달 배우 다니엘 헤니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최근 시장 침체 속에서도 마케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 거래소들은 추가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더욱 뒤처지는 상황이다. /빗썸 제공

그러나 이미 오랜 기간 적자가 누적돼 온 소형 거래소들은 재차 수수료 인하나 무료화 등을 통한 출혈 경쟁에 나서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오히려 빗썸이 다시 무료 수수료를 도입하면서 상장 코인이 상당 부분 겹치는 나머지 거래소들은 더욱 경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빗썸 등 대형 거래소들은 꾸준히 시스템 개선과 인력 채용 등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향후 시장이 살아나면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소형 거래소의 경우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본력이 충분한 기업에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문을 닫는 곳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