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된 후 첫 영업일인 지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시행 첫날 가계대출이 8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제 시행 직전인 8월 마지막 날에 주택담보대출만 1조6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서는 대출 증가 폭이 줄어들었지만, ‘대출 광풍’이 일어나기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대출 증가세는 가파른 수준이다. 은행권은 스트레스 DSR 규제 효과가 이달 중순이나 돼야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봤다.

3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9월 첫 영업일인 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6조178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 하루 만에 가계대출 잔액이 8138억원 늘어난 것이다. 8월 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이다.

2일 하루 가장 많이 늘어난 대출은 신용대출로, 이 대출은 4046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8월 한 달간 8494억원 증가했는데, 9월 들어 단 하루 만에 8월 증가 폭의 절반에 가깝게 대출이 늘어났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누르기 위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미리 신용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해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2일 3534억원 늘어났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직전인 지난달 30일 하루에 주택담보대출이 1조6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대출 증가세가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은 2일 하루 750억원 증가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9월 중순이 지나야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규제를 강화하기 이전에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의 영향이 9월 초중순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실행되는 대출은 8월이나 그전에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대출 규제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9월 중순은 지나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대출자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대출 시 적용되는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1단계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됐지만, 2단계에서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은행권이 내놓은 대출 한도 축소와 일부 대출 중단 등의 조치도 9월에야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최근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대출을 허용하더라도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에 이용할 수 없도록 심사를 꼼꼼히 하고 있다. 일부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만기를 30년으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통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와는 별도로 실수요자가 아닌 이들에게 나가는 대출을 최대한 막기 위한 자율적인 조치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는 불편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투기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대출을 틀어막으려고 한다”라며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대출 축소 조치가 9월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와 은행권의 각종 대출 축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대출 규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9월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된 뒤 은행들로부터 내부 관리용 DSR 수준을 파악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조치를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