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중 부실채권 비율이 2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4%에 달했다. 금융 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부실대출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3조3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고정 이하 판정을 받은 대출은 6710억원에 육박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9.76%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1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4.17%다.

고정이하여신은 보통 부실채권으로 불린다. 일반 대출에선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고정이하여신으로 판단한다. 부동산 PF 관련해선 연체가 없더라도 사업성 측면에서 나쁜 평가를 받아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정된 채권도 고정이하여신에 속한다. 그렇기에 부동산 PF 대출에선 연체액보다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더 크게 집계될 수 있다.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1분기 말과 비교하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줄었으나 고정이하여신은 증가했다.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4조1838억원에서 3조3949억원으로 8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은 5540억원에서 6710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계산하는 분모(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는 줄고 분자(고정이하여신)는 커지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분기 말 13.24%에서 2분기 말 19.76%로 치솟았다.

회사별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비교하면 상상인저축은행의 수치가 32.39%로 가장 높았다.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1.26%로 다음을 이었다. SBI저축은행과 다올저축은행을 제외한 8개 저축은행은 모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웃돌았다.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취급 규모가 줄었는데도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가 이뤄진 영향이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연착륙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업장 평가등급을 세분화하고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 3단계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은 4단계로 강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전체 부동산 PF는 16조6000억원인데 이 중 새로운 사업성 평가를 거쳐 유의(C) 및 부실우려(D) 등급을 받은 부동산 PF는 4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저축은행업계 내에선 이른 시일 안에 부동산 PF 부실대출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3분기가 한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부동산 PF 채권 경·공매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올해 연말은 돼야 부실채권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