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이어 3대 질병을 보장하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등장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또는 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10년이 되는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최대 24%를 이자(해지환급금)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지금껏 이자율(해지환급률)을 높이며 경쟁해 왔는데, 이제는 질병 진단 시 사망보험금을 2배 이상 지급하는 등 보장을 강화하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다음 달 새로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한다. 이 상품은 암 또는 3대 질병에 걸리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진단 이후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이 2배로 늘어나는 게 특징이다. 다만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10년 시점 120~124%)보다는 낮게 설정됐다. 환급률은 낮추는 대신 보장을 강화한 셈이다.
이 상품은 한화생명이 선보인 ‘암플러스 종신보험’과 KDB생명의 ‘더블찬스 종신보험’의 장점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보인다. 암플러스 종신보험은 암에 진단되면 낸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고 사망보험금이 최대 4배까지 확대되는 상품이다. 더블찬스 종신보험도 암에 걸리면 보험료를 환급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10년 시점 환급률이 124%에 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두 단기납 종신보험에 암 보장을 탑재한 상품인데, ABL생명은 암에 이어 3대 질병까지 보장을 확대한 것이다.
보험업계에선 단기납 종신보험의 보장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제동으로 환급률을 더는 높이지 못하게 되자, 질병 보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상품이 개정되는 것이다. 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이었던 종신보험은 이제 저축과 질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보장 강화는 종신보험의 본래 기능과 부합해 환급률 경쟁과 같은 논란의 여지가 적다. 앞서 생명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135%까지 높이며 경쟁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보장성 보험인 종신보험이 마치 재테크를 위한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되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결국 환급률 상한선은 최대 125%로 정해졌다.
생명보험사들은 저출산·고령화로 종신보험 수요가 줄자 건강보험 등 사람의 질병·상해를 보장하는 제3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단기납 종신보험의 등장으로 다시 종신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생명보험사의 주요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이 낮아지면서 인기가 없어질 것으로 봤는데, 의외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