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시카우(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하던 동남아 시장에서의 부진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해외법인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379억원으로 전년 동기(5456억원) 대비 38.1% 급감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 해외법인의 순이익이 9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527억원)보다 38.2% 감소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해외법인 순이익이 778억원에서 701억원으로 10% 줄었다. KB국민은행 해외법인은 적자(-1228억원) 전환했다. 신한은행만 해외법인 순이익이 2600억원에서 2962억원으로 13.9% 늘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시장의 '전초 기지'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법인의 순이익이 줄어 들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과 '베트남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09억원, 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6.3% 줄었다. 이밖에 '캄보디아 우리은행'은 적자(-120억원) 전환했으며,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역시 순이익이 7% 감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며 "또 경기 침체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건전성 관리에 보다 집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다. 경기 변동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돈)을 적립한 탓에 수익이 줄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도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의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KB Bukopin)'는 적자 폭이 505억원에서 1868억원으로 확대됐다. KB뱅크는 국민은행이 2018년 인수 후 6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국내 은행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는 이유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해외법인은 주로 외화 채권 등을 발행해 현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인도네시아의 기준금리가 올라 돈을 빌리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돼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1월 연 5.50%였던 인도네시아 기준금리는 6.25%까지 올랐다.

현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실적이 개선됐다. 상반기 기준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20억원에서 올해 122억원으로 늘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1억달러 투자를 유치해 NIM(순이자마진)이 개선됐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은행 영업 경쟁이 과열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은행 시장은 4대 상업은행(만디리·BRI·BCA·BNI)이 과점하고 있으며, 국내 은행을 포함한 외국계·디지털은행만 100여개로 경쟁이 치열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던 2016년 전후와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한 디지털은행이 빠르게 늘며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고, 이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