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곧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온 반면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부터 치러지는 전당 대회를 앞두고 주요 정책 목표를 담은 정당 강령(정강)을 공개했다. 91쪽에 달하는 정강에는 경제 분야와 관련해 법인세율 인상, 임대료 상한제 도입 등의 목표가 포함됐지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를 두고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해리스 부통령은 가상자산을 규제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 언급했지만, 가상자산 업계와 투자자들은 이 같은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발표된 공화당 정강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에 대한 여러 내용이 포함됐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진행해 온 가상자산 시장 규제와 단속을 중단하고, 모든 국민이 정부의 감시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유로운 비트코인 채굴권을 보장하고,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반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줄곧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언급하며,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미국 최대 가상자산 행사인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도 참석해 “미국을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수도이자, 비트코인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는 주요 가상자산 가격의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지난달 대선 유세 중 총격을 받은 후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13일 8100만원대를 기록했지만, 총격 사건 이후 사흘 간 급등하며 9000만원선을 넘어섰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껏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주요 외신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달 초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의 회동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인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당초 참석이 예상됐던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도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이 줄곧 가상자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최근 금융 시장에서는 해리스 행정부가 출범하면 가상자산 시장을 겨냥한 규제가 계속 시행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미국 금융사인 TD코웬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가상자산 산업에 더욱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TD코웬의 애널리스트인 자렛 세이버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가상자산에 더 개방적일 수는 있지만, 이를 우선순위에 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계는 계속해서 적대적인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 민주당 역시 공화당과 달리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입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미국 대선의 판세와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를 얻으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심리가 꺾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1975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 가상 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부통령은 제3의 후보를 포함한 다자 가상 대결에서도 47%의 지지율을 얻어 44%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