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의 호실적 배경에 ‘실적 부풀리기’가 있다며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상반기 합산 당기 순이익(별도 기준)은 4조8211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9540억원) 대비 22%(8671억원)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보다 8% 늘어난 1조2772억원을, DB손해보험은 23% 늘어난 1조1241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22% 증가한 997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순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현대해상(8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급증했다. KB손해보험은 5462억원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운 것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인보험 판매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 상반기 5개 손보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액은 35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장기보험 손익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삼성화재가 8590억원에서 9048억원으로 1년 새 5.3% 증가했다. DB손보는 7024억원에서 8416억원으로 20%, 메리츠화재는 7178억원에서 8688억원으로 21%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2240억원에서 7340억원으로 228% 증가했다. KB손해보험 역시 4702억원에서 6200억원으로 32% 증가했다.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무해지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내 해지 시 환급금이 없지만, 보험료가 일반 상품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무·저해지 상품은 예상 해지율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이익 규모 차이가 벌어질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일부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높게 설정하면서 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당초 올해 2분기 결산 전인 8월까지 IFRS17 제도 개선 방향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개선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보험개혁회의에서 “연말까지 매월 회의를 개최해 판매채널, 회계제도, 상품구조 등의 종합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최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실손보험과 IFRS17 쟁점 사항의 경우 가급적 연말 전에 빠르게 개선방안을 도출·확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