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부동산 등 담보물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과다 대출을 내준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616건 발견됐다.
금감원은 24일 ‘은행권 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 내부통제 운영실태 점검결과’를 발표하며 “은행 자체 점검 결과 과다 대출과 내규 위반이 의심되는 거래가 각각 124건, 492건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앞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국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중 상업용 부동산·토지 등 담보 가치를 부풀려 과다 대출한 사례를 조사해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사고 가능성이 높은 대출 1만640건에 대해 자체 점검을 실시했고, 이 중 의심 거래를 추려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현재 은행 검사부가 과다 대출 의심 거래에 대해선 대출 취급경위, 직원의 고의‧중과실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차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 위법‧부당 행위로 확인되는 건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은행권에서는 담보물인 부동산의 매매·분양가격을 부풀리거나 차주(돈 빌린 사람)의 임대소득을 과다 산정해 대출을 내준 배임 사고가 잇따라 적발됐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장기 미분양인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 시 실제 할인 분양가가 아닌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담보 가치를 부풀려 총 104억원의 대출을 내준 배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후 4월에도 차주가 받고 있는 임대료나 소득을 실제보다 부풀려 과다 대출을 내준 두 건의 배임 사고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고 금액은 총 383억원 규모다. NH농협은행에서도 올해 이같은 유형의 배임 사고가 3건 발견됐다.
금감원은 다수 은행에서 내부통제 미비점이 발견됐다고 했다. 상당수 은행이 대출 담당 직원이 담보물의 가치를 산정하는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직무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대출 한도를 검증‧통제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임대차현황서 확인, 현장조사 등을 소홀히 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위해 은행권과 ‘모범규준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이번 점검 기간 중 도입된 ‘부동산 감정평가액 점검 시스템’이 차질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은행별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이 시스템은 매매가격과 감정평가액의 괴리가 과도하거나, 대출 신청액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건 등을 시스템에서 자동 추출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금감원은 “매매가‧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예방하고, 대출 한도 과다 산출을 통제하는 은행의 사고 예방 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감독‧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