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압박에 나서면서 은행권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체율이 6%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전략인데,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김문석 대표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 지 업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5.59%를 기록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연체율은 2년 새 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지난 2022년 1분기 말 1.38%에 머물렀던 연체율은 2023년 1분기 3.36%로 1년새 매년 2%포인트씩 뛰고 있다.
부실채권 비율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을 보면 지난해 1분기 3.78%에서 지난해 말 5.92%까지 상승했고 올해 1분기엔 6.97%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로 분류하는데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고정이하여신(NPL)으로 취급한다. NPL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 자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부실 채권 증가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면서 올해 1분기엔 64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의 적자다.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전년 동기 6024억원 대비 7.5%(약 450억원) 이상 늘어난 6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충당금 적립액은 하반기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부터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의무화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여기에 부동산 연착륙 정책 시행에 따른 PF 사업장 재구조화·정리 결과에 따라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사업장 평가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2년 차를 맞은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는 공격적인 행보로 돌파구 타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담보대출을 흑자전환의 승부수로 택한 셈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달 주담대 금리를 최고 2.1%포인트 낮추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7월 기준준 5.56%~11.96%의 주담대(개인) 금리를 제공한다. 다른 저축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7%~12%로 책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하단 금리가 2%포인트 가까이 더 낮은 셈이다.
이는 오는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선제 대응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정책에는 제2금융권 주담대에도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가 더 붙는 만큼 금리는 더 높아지고 만기는 30년까지여서 한도와 만기 면에서 모두 경쟁력이 약화된다. 은행의 주담대 만기는 40년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 전체가 연체 채권 관리 등 건전성 관리를 우선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영업전략 역시 리스크 관리를 맨 앞단에 두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