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비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도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상 채권금융기관에 포함하기로 했다. 채권금융기관에 포함되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면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기촉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은 기촉법상 면책 특례가 적용되는 채권 금융기관에 주금공, HUG, 건설공제조합과 같은 공제업자 등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기촉법에 따르면 채권 금융기관과 그 임직원이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처리할 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다면 결과에 따른 징계나 문책 등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기촉법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실무진이나 경영진에 책임을 묻지 않아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4월 태영건설 워크아웃 의결 당시 주금공, HUG, 건설공제조합은 채권기관임에도 기촉법상 면책 특례를 적용받는 채권금융기관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HUG는 25.70%, 건설공제조합은 23.46%, 주금공은 3.24%의 의결권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보통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장은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는 HUG 분양 보증에 가입한다. HUG가 보유한 태영건설 채권이 많았던 것도 이런 보증 상품 때문이었다.

당시 금융 당국은 이들 보증기관이나 공제업자도 채권금융기관에 포함된다고 판단하면서 이 보증기관들도 워크아웃 개시 의결권을 행사했다. 최근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금융 당국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이 필요한 건설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 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정부는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94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PF 시장의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공급안에는 주금공과 HUG의 PF 보증 30조원, 건설공제조합 보증 10조원 등이 포함됐다.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들 기관의 역할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의 재산운용제한 특례를 인정하는 내용도 담긴다. 기업 채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동일인 대출 한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채권단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할 경우 새마을금고와 신협이 동일인 대출 한도 규제로 자금 지원에서 빠지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는 이런 특례를 인정받고 있어 업권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