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NH농협카드가 해외여행 특화카드인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면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트래블카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해외여행객을 겨냥한 무료 환전은 물론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앞세워 휴가철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각 은행이 내놓은 상품의 특색이 비슷하다 보니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지난 18일 트래블카드인 NH트래블리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해외 결제·출금 시 원화 환산 절차 없이 현지 통화로 결제·출금된다. 출시일 기준 환전이 가능한 통화는 미국 달러, 일본 엔, 유로 등 20종이다.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하거나 해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및 창구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 국제 브랜드 수수료와 해외 서비스 수수료가 면제된다.

트래블리 카드는 각종 제휴사 할인 등도 제공한다. 전월 실적 조건 없이도 국내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0.2% 캐시백 혜택을 준다. 국내 온라인 가맹점에서 NH페이로 결제 시 0.3% 캐시백, 국내·편의점·커피전문점·대중교통 이용 시 0.6% 캐시백 등을 제공한다.

트래블카드의 선두주자는 하나금융이다. 지난 2022년 하나은행, 하나카드 협업으로 출시된 트래블로그는 하나머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원, 달러, 엔, 유로, 파운드 등 통화를 외화 하나머니로 충전한 뒤 체크카드로 사용하는 서비스다. 외화 하나머니로 충전할 때 환전 수수료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앱을 통한 실시간 충전이 가능하다. 지난달 500만 가입자를 돌파, 환전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무료 환전을 내건 트래블카드 경쟁은 지난 1월 토스뱅크가 평생 무료 환전 서비스를 출시한 후 본격화됐다. 토스뱅크의 파격적인 승부수 이후 금융권도 잇달아 외화 무료환전 서비스를 출시하며 무료 환전이 은행권 ‘뉴노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2월 42종 통화 환전 수수료가 무료인 쏠 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후 지난 4월 KB금융은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했으며 지난달 우리금융은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를 내놓았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들어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며 해외 결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지난 5월 말 기준 올해 누적 직불·체크카드의 개인 해외 이용금액은 1조894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975억원)보다 72.6% 급증했다. 또 트래블카드는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은행의 외화 현물 매입과 보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직불·체크카드의 개인 해외이용금액 점유율은 하나카드가 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카드 20% ▲우리카드 15% ▲KB국민카드 10% 순이었다. 한 달 뒤인 지난 4월 말도 ▲하나카드 53% ▲신한카드 23% ▲우리카드 14%, ▲KB국민카드는 10% 등으로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하나카드와 신한카드의 점유율 나누기가 시작된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트래블카드는 수수료 무료를 내걸고 있는 만큼 수익성의 극대화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상품이다”라며 “트래블카드 혜택이 상향평준화 돼 있는 만큼 차별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곳으로 고객이 더욱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