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커스터디(수탁)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 사업자의 예치자산 관리 의무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커스터디 업체들은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했으며, 국내 커스터디 기업들도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가상자산 커스터디는 이용자가 사업자에 맡긴 가상자산을 사업자가 다시 제3자에게 수탁해 보관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1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빗고는 연내 하나은행과 함께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빗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가상자산 지갑 설루션과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계 대표 기업이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발키리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빗고의 고객사다. 국내 규제 특성상 고객의 가상자산을 수탁·관리하는 기업은 금융위원회로부터 VASP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빗고의 VASP 신청은 한국 시장 진출 본격화를 시사한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파이어블록스도 올해 하반기, 한국 진출에 속도를 붙인다. 파이어블록스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셀프 커스터디에 필요한 설루션을 제공한다. 셀프 커스터디란 기업이 직접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파이어블록스는 제품 한국어 지원과 한국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 등을 통해 한국 기업과 접촉 면적을 늘릴 예정이다.
해외 커스터디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한국 진출에 나선 이유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관련 시장 성장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자산을 따로 분리해 신탁 기관에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전자지갑인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보관에 전문성을 띤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의 경우 한국예탁결제원이 투자자 자산을 관리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예탁결제원과 같은 공인 기관이 없다”며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 커스터디 업체들도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신한은행과 코빗이 지분 투자한 케이닥은 동종 업계의 카르도 인수합병 작업에 착수했다. 이달 중 합병이 완료되면 케이닥은 국내 최대 규모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가 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KB국민은행과 해시드 벤처스 등이 공동 설립한 코다는 올해 3월, 30억원 규모를 증자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업계에선 커스터디 경쟁이 촉진되면 가상자산 산업 전체가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양질의 커스터디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면 기업 등 기관의 가상자산 이용 문턱이 낮아진다는 해석이다.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의 이승화 리서치 팀장은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관 진입 관련 인프라 부족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였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커스터디 기업의 진출이 순조롭게 진행돼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