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지방은행들의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돈) 추가 적립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경우 많게는 기업 대출의 절반가량이 부동산 및 건설업에 쏠려 있는 상황인데, 지방 주택시장 침체로 부실 우려 사업장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들은 지난해 1조3000억원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았는데,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충당금이 올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5대 지방은행이 연간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4445억원이었다.

11일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과 iM뱅크(옛 대구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건설업 및 부동산 대출 잔액은 42조923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40조357억원)와 비교해 7.2% 증가한 수준이다.

그래픽=정서희

문제는 이 은행들의 건설업 및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JB금융지주 산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기업 대출에서 건설업 및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분기 기준 각각 49.8%, 48.9%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어 부산은행(23.2%), iM뱅크(17.8%), 경남은행(14.7%) 순이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PF 부실에 따른 지방은행의 연체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 5곳의 올해 1분기 기업 대출 연체 대출잔액은 830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387억원) 대비 54% 급증했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 가운데 금융 당국이 PF 사업장 사업성 재평가를 주문하며 충당금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평가 기준을 기존 ‘양호·보통·악화 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 4단계로 세분화했는데, 이에 따라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해선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이전엔 ‘악화 우려’ 사업장의 경우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았다.

그래픽=정서희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무리해 충당금을 쌓았는데 올해는 더 많은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라며 “지난해 지방은행들이 연간 벌어들인 순이익이 1조4000억원가량인데, 올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은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라고 했다. 지방은행 5곳이 지난해 적립한 충당금은 총 1조3482억원이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15일부터 PF 사업성 평가를 미흡하게 한 은행권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 은행권에선 지방은행들이 주요 점검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 점검과 지도를 거쳐 이달 26일 PF 사업성 평가 결과와 충당금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는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