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가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4조원 규모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률이 10~2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홍콩 주식 시장에서 홍콩 H지수는 10일 6251.18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최저점(4943)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올해 7~12월 만기(3년)가 도래하는 ELS는 2021년 하반기 가입한 것으로, 당시 H지수는 7월 중순 1만대가 깨진 후 8000~9000대에서 움직였다.
H지수 ELS의 수익 조건은 상품별로 다르지만, 통상 만기 때 H지수가 가입 시점의 65~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이를 웃돌면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는 6500~7000선 정도가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분기점인 셈이다.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ELS는 총 4조2000억원 규모다.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 ELS는 9조2000억원가량이었으며, 손실률은 36~53%였다. 지난 1~2월 만기 ELS의 평균 확정 손실률은 53%였으며, 4월(46%)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지수가 하반기 6월 평균가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손실률은 23~28%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달 H지수는 6300~6500 사이에서 움직였다. 지수가 7000에 근접하면 손실률은 10% 안팎으로 줄어든다.
H지수의 반등으로 은행들은 수백억원 규모의 충당금 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LS 투자자 배상을 진행 중인 은행권은 지난 1분기 연간 예상 손실을 가정해 선제적으로 돈을 쌓아뒀다. 회계상 ‘비용’(충당부채) 처리를 일단 해둔 후, 손실이 줄어들면 이를 다시 환입한다. 이는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H지수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2분기 1000억원 내외가 환입될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H지수 상승에 따라 ELS 고객 보상 비용 800억~900억원이 환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1분기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쌓았다. 이어 NH농협은행(3416억원), 신한은행(2740억원), 하나은행(1799억원), 우리은행(75억원) 순이다.
한 금융지주 재무 담당 임원은 “하반기 H지수 전망이 나쁘지 않아 현재 수준만 유지돼도 손실률이 올해 초와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된다”며 “충당부채로 쌓은 돈 일부를 2분기 중 환입하기로 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가 충당금 부담이 일부 완화돼 순이익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