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세대출은 그동안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가계부채 관리 규제에서 빠졌었다. 그러나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없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전세대출도 DSR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가 자칫 서민의 주거 비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선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에만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 최소한으로 전세대출을 규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11일 국회 및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갚을 수 있는 범위 내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 관행을 확고하게 안착하기 위해 서민·실수요자의 자금애로가 가중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DSR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라며 일부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하며 가계부채 증가를 관리한다는 방향성을 잡고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전세대출 규제 가능성이 꽤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DSR은 전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갚을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돈을 빌리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로, 현재 은행 대출에는 40%, 비은행 대출에는 50%의 DSR 규제가 적용된다. 금융기관에서 대출 실행 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가 내야 하는 원리금이 1년에 버는 돈의 40~50%를 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전세대출은 지난 2021년 가계부채 급증 시기부터 DSR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돼 왔다. 100조원이 넘는 전세대출을 빼고 다른 대출에만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가계부채 관리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118조222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수년 전부터 업무계획에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적용을 올려두며 전세대출 규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자칫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해칠 수 있어 규제를 하기 어려웠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맬 것인가”라는 말이 당국 내에서 나올 정도였다. 전세 제도를 통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도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흔들 수 있어 쉽게 규제 개선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가계부채 관리를 계속 강화하고 있음에도 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전세대출 규제의 방향성은 서민과 실수요자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을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도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고가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에도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 방안을 고가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을 내주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제한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 DSR 규제 포함은 모두 열어놓고 보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은행권에 전세대출을 포함한 전체 대출에 대한 DSR 비율을 산정하라고 요청한 부분도 이번 전세대출 규제를 준비하는 사전 단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전세대출 DSR 규제는 전체적인 부동산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라서 당장 한두 달 내 시행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전세대출 자체가 부동산 정책과 함께 고려돼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금융위가 독단적으로 규제 수준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규제 2단계 시행 이후에나 볼 문제로 시간이 약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관계 부처와의 협의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