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이 약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케팅에 나섰던 기업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 기업들은 대회나 행사를 진행하면서 수상자에게 코인을 지급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가격 약세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기대만큼 관심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코인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는 지난 3일부터 ‘투자 메이저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업비트가 지난 2017년 서비스 시작 후 처음으로 개최한 코인 투자 대회로 오는 16일까지 2주간 진행된다. 업비트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키워 거래량을 늘리려는 목적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업비트는 투자 메이저리그의 모든 수상자에게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주기로 했다. 기초자산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이 참가하는 ‘고래리그’의 우승자에게는 비트코인 1개가 지급된다. 1000만원 이하를 투자한 사람은 ‘새우리그’에서 실력을 겨루며, 우승자는 0.15개의 비트코인을 갖게 된다. 리그별 100명씩 총 200명의 수상자에게 지급되는 비트코인 총량은 10개다.
국내 2위 거래 플랫폼인 빗썸도 ‘실전 투자 대회’를 진행 중이다. 행사 기간은 3일부터 16일까지로 업비트 투자 메이저리그와 같다. 잔고 1000만원을 기준으로 고래리그와 새우리그로 나눠 진행하는 점 역시 동일하다. 고래리그 우승자에게는 1.5개의 비트코인이, 새우리그 우승자에게는 0.6개의 비트코인이 각각 지급된다. 업비트보다 더 큰 관심을 얻기 위해 상품으로 주는 비트코인의 양을 늘린 것이다.
문제는 상품으로 지급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 업비트에서 9800만원대에 거래가 됐던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810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달 만에 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 메이저리그 개막 첫날인 3일 가격은 8700만원이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상자가 받게 될 상금이 10%나 줄어든 셈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지난 3월과 같은 상승세를 유지했다면 두 대회 모두 큰 화제가 되면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참가자를 모았을 것”이라며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대회 열기가 예상했던 수준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인 가격 하락으로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를 얻지 못해 울상을 짓는 곳은 비단 가상자산 거래소뿐이 아니다. 오랜 기간 여러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면서 상품으로 ‘위믹스’를 지급해 왔던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 역시 마케팅 효과가 줄어 타격을 입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하는 코인이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코인을 상금으로 주는 골프 대회인 위믹스 챔피언십 2023을 개최했다. 총상금 규모는 위믹스 100만개로 우승자인 이예원은 25만개의 위믹스를 받았다. 대회 시작 당시 2000원 안팎에 거래됐던 위믹스는 12월 들어 가격이 5000원을 넘어서며 한 달 만에 2배 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위믹스를 받았던 수상 선수들이 얻게 될 이익도 크게 증가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반대가 됐다. 3월 이후 위믹스 가격이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상금으로 위믹스를 받으면 도리어 손해를 볼 처지가 된 것이다. 이날 빗썸에서 위믹스는 173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위믹스는 지난 3월 12일 5000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줄곧 약세를 보이며 3개월 만에 65% 넘게 떨어졌다.
위메이드는 지난달부터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인 위믹스 오픈 2024를 진행하고 있다. 총상금은 위믹스 5만개다. 이 대회 우승자가 확정되는 10월까지 위믹스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지난해와 같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만하지만, 약세가 지속될 경우 대회 열기나 관심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