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꺾이고 있다. 최근 거래량이 가상자산 침체기였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적은 수준까지 감소하면서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거래소들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30일 가상자산 통계 분석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최대 거래 플랫폼 업비트의 하루 전체 거래량은 10억2362만달러(약 1조41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하루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3월 5일 143억5573만달러(약 19조8000억원)와 비교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급감한 것이다.

업비트에서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던 지난 3월 중순 정점을 기록한 후 지금껏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이달 들어선 단 한 차례도 일일 거래량이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거래소인 빗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 28일 오후 2시 기준 빗썸의 하루 전체 거래량은 4억달러(약 5500억원)로 3월 5일 거래량(20억달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업비트와 빗썸의 합산 점유율은 95%를 넘어선다. 사실상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량이 국내 전체 가상자산 거래 흐름을 보여주는 셈이다. 업비트와 빗썸의 이날 기준 합산 거래량은 14억달러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 29일 거래량(28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4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까지 지난 이후 가격이 오를 만한 호재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겠다는 뜻을 밝힌 점도 가상자산 시장에 악재가 됐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최근 자금 유출 규모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차익 실현 매물은 늘고 있지만,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들이 적어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빗썸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다음달 실전 투자대회를 개최한다. /빗썸 제공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줄면서 거래소들의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업비트의 모회사인 두나무와 빗썸은 올해 1분기에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뤘다. 두나무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 급증한 531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356억원으로 52.2% 증가했다. 지난해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빗썸 역시 1분기에 6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승인한 후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살아나면서 거래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2분기부터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하반기에도 시장이 반등할 만한 요인이 없어 국내 거래소들도 오히려 전년 대비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경우 올 1분기 전체 거래량은 3862억달러였지만, 2분기 들어 28일까지 거래량은 1774억달러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최근 거래소들은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업비트는 창사 이후 최초로 총 10비트코인(약 8억6000만원 상당) 규모의 상금을 걸고 ‘투자 메이저리그’ 이벤트를 다음 달 3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빗썸 역시 업비트와 같은 기간에 상금 규모는 30억원으로 늘려 ‘실적 투자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11월 전까지는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할 만한 요인이 없어 거래 부진이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래소들의 연간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