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목적인 단기납 종신보험에 암 보장을 결합한 ‘암 종신’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암 진단을 받으면 그동안 냈던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추가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이 유지된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보려면 보험 가입 후 5년 또는 7년 내에 암에 걸려야 한다. 확률이 극히 낮아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KDB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은 종신보험에 암 보장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암에 걸리면 냈던 보험료를 돌려받아 치료비로 사용하고, 암에 진단되지 않으면 원금·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들의 공통된 장점은 납부면제다. 암에 진단된 이후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냈던 보험료는 돌려받았기에 공짜로 보험에 가입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선 영업현장에선 “암에 걸리면 ‘로또’ 맞는 것이다”라며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혜택을 누릴 확률이 로또에 가깝다는 점이다. 납부면제가 되려면 보험료 납부 기간 내에 암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부기간은 통상 5년 또는 7년으로 설정된다. 5~7년 내 암에 걸리지 않으면 납부면제 혜택은 사라지고, 일반적인 단기납 종신보험과 다를 바 없는 상품이 된다.
보험 설계사들은 암 발병 확률이 38.1%라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해 영업을 한다. 하지만 이는 기대수명(83.6세)까지 생존했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암을 담보로 한 보험 규모는 1242만5918건이었는데, 같은 해 담보별 사고 발생 건수를 보면 ‘암 발생’은 13만5363건이었다. 암보험 가입자의 1.08%만 암에 걸린 것이다. 여기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암에 걸릴 확률, 이 암이 5~7년 내 발병될 확률까지 고려하면 혜택을 누릴 가능성은 이보다 더 작아진다.
희박한 확률을 뚫고 납부기간 내 암에 걸려도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암에 진단되면 돌려받은 보험료를 치료비로 사용해야 하는데, 금액이 크지 않아 부담을 덜기 어렵다는 것이다. 암 보장과 저축을 결합한 상품이라기보단 기존 종신보험에 홍보용으로 ‘암 보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50세 남성이 매달 60만원을 내는 상품에 가입해 3년 뒤 암에 걸리면 2160만원을 돌려받는다. 2~4년 동안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2160만원을 암 치료비로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환자 1인당 치료비용은 종류에 따라 작게는 2000만원, 많게는 6000만원이 넘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들도 이런 확률을 고려해 상품을 개발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암 발생 확률이나 보험 해지 가능성 등 모든 요소를 고려했을 것이다”라며 “보험사는 절대 손해 보는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