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이미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만큼, 이들 은행의 성적이 카카오뱅크의 향후 성과를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첫 해외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를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해 10%의 지분을 확보해, 동남아시아 대표 슈퍼앱인 ‘그랩(Grab)’ 등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을 택했다.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인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 때문에 신사업 심사가 1년 넘게 보류되자, 다른 전략을 선택하며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금융권에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섬으로 이뤄진 국가 특성상 현지 금융산업이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시중은행들은 수익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금리로 조달 비용이 증가한 데다, 현지에 등장한 디지털뱅크들이 몸집을 불리는 등 성장에 정체가 빚어지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26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6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부실은행이었던 부코핀은행을 인수,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부실채권을 정리해 경영을 정상화한 후 성장시킬 계획이었다. 현재까지 KB뱅크에 투입한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달 초 KB뱅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한은행의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익 73억74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2억달러(약 27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실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도 지난해 1분기에는 14억53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이 2014년 인수한 우리소다라은행은 올해 1분기 1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0억원과 비교하면 25.3% 감소한 수치다.
하나은행은 이번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방식으로 현지에 진출했다. 2007년 비마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협력해 라인뱅크를 출범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순이익도 올 1분기 9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115억원 대비 14.8% 감소했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