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련된 법인보험대리점(GA) 자율협약을 두고, 업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설계사 부당 스카우트 방지 등 업계 자정화 차원에서 모두가 가입해 준수 해야한다는 주장과 자율협약임에도 사실상 참여를 강제해 시장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첨예하게 맞선다.

최근에는 자율협약 참여사들이 미참여사에 대해 패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KB라이프파트너스가 자회사형 GA 중 유일하게 협회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 KB라이프생명

24일 한국보험대리점협회(GA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협회는 설계사 영입을 위해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협약 운영위원회’를 설립, 자율협약을 마련했다. 현재 자율협약 참여 GA는 총 55개사로 한화금융서비스, 삼성화재금융서비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등 대형 보험사 자회사 GA도 참여했다.

협약 목적은 ▲설계사 인력 빼오기 예방 ▲허위·과장 광고행위 금지 ▲판매과정별 법규 및 판매준칙 준수 ▲보험설계사 전문성 제고 및 상품 비교·설명제도 안착 ▲준법내부통제 운영시스템 컨설팅 지원 및 정보공유 등이다. 지난해 11월 자율협약 운영세칙을 소명·시정·중대위반 단계별로 나누면서 구체화했다.

현재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자회사형 GA는 KB라이프파트너스가 유일하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2022년 KB라이프생명의 판매조직을 분리해 만든 보험판매 전문 자회사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협약 참여압박을 받고 있지만, 미온적인 모습이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협약 참여가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인 설계사 모집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하는데 협약대로라면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통상 설계사 규모는 영업실적과 직결되다보니 영업력 강화를 위해 고능률 설계사 영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라이프파트너스 설계사 수는 1431명이다. 대형 GA(한화금융서비스 2만2600여명, 지에이코리아 1만4708명 등)에 비해 규모가 작아 외형을 더 키워야 한다. 자율협약이 회사 성장과 설계사들의 선택 폭을 제한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보험설계사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한 GA 소속 설계사는 “협약 취지는 이해하나 참여를 강제하는 것이 시장 경쟁 체제에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정착 지원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실적을 채우는 데 부담이 커 이동하지 않는 설계사도 상당수라 결국 설계사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협약 참여 GA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미참여 GA를 대상으로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GA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자율협약에 참여한 GA사들이 모여 미참여 GA사를 대상으로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미참여 GA로부터 부당 스카우트 행위를 당하면 추가 제재를 취하는 식이다.

자율협약 참여사간 부당 스카우트는 협회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하지만, 미참여 GA에 대해서는 협회가 이렇다할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자율협약 참여 GA가 자체 방안을 마련한 셈이다.

향후 미참여 GA가 타 GA 설계사를 부당하게 빼간다면 ▲영업실적 상위 2개 손보사에 상품교육 금지 요청 ▲설계매니저 지원 거부 ▲설계사 인센티브 지급을 13차월 이후로 연기하는 등의 제재를 GA차원에서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KB라이프파트너스가 자율협약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KB라이프파트너스가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KB라이프파트너스는 높은 정착지원금을 제시하면서 메트라이프생명 소속 설계사 A 본부장 영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메트라이프생명도 해당 사항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B라이프파트너스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부당한 설계사 스카우트 방지 등 협약사항은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GA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주면서 무분별하게 설계사를 빼오면 그만큼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설계사들이 제안한 인센티브를 다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실적을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어 부당승환 계약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