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카카오뱅크 전략·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뱅크가 첫 해외 투자처로 선택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해외 진출의 첫발을 뗀 것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의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수익 구조 다변화를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국내 은행의 혁신을 이끌며 ‘메기’ 역할을 했던 카카오뱅크가 해외에서도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첫 해외 투자처로 선택한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가 지난 19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애플리케이션(앱) ‘그랩’과 현지 최대 미디어 기업인 ‘엠텍’, ‘싱가포르텔레콤’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슈퍼뱅크 지분 10.05%를 1033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모바일뱅킹 성공 방법과 상품 및 서비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에 대한 자문을 수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슈퍼뱅크는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아이디어를 빌려 매일 소액과 잔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저금통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해외로 영업 범위를 확장하게 된 데는 중장기적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함입니다. 최근 국내 사업이 안정화된 만큼 영업 범위를 넓혀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12억원으로 전년 동기(1019억원) 대비 9.1% 성장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방은행 가운데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보다 당기순이익이 더 많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 올해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8000만명으로 세계 4위 인구 대국입니다. 또 광활한 국토와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는 자원 부국으로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을 세계 7위로 예상합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45%에 불과하지만 디지털 침투율이 높습니다.

그래픽=손민균

아울러 현재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은 디지털뱅크에 우호적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5월 기준 상업은행이 총 105개로 건전성 강화와 대형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은행 수를 80개로 통폐합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디지털뱅크 관련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뱅크는 빅테크와 선두권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전통은행들은 슈퍼앱을 통해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 소규모 은행 인수·합병을 통해 동남아에 진출해 온 금융사들과 달리 그랩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슈퍼뱅크의 출범 후에도 여러 난관이 존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슈퍼뱅크는 당장은 디지털은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뱅크의 전신은 파마 인터내셔널 뱅크로 엠텍이 지난 2021년 이 은행을 인수했습니다. 다음 해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 컨소시엄이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며 지난해 3월 디지털은행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슈퍼뱅크의 연간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억900만원 ▲2021년 35억5500만원 ▲2022년 120억8300만원 ▲2023년 196억3200만원 등 매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은행의 진출이 쉬운 만큼 출혈 경쟁도 우려됩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디지털은행만 20여개가 넘습니다. 그 가운데 점유율 1위는 지니어스(64.2%)이며 이어 뱅크자고(38.4%), 디지뱅크(30.9%) 등입니다. 지니어스는 일본 3대 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가 지분 92.4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위 뱅크자고는 인도네시아 최대 빅테크 고젝이 지분 22%를 투자했으며 3위 디지뱅크는 싱가포르 최대은행인 DBS(싱가포르개발은행)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대출 경쟁력이 있는 빅테크들이 가세하면서 디지털뱅킹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슈퍼뱅크만의 몸집 불리기 전략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카카오뱅크가 국내 은행에서의 혁신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