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 중 하나손해보험이 보험금을 가장 늦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손해보험이 손해보험사 중 보험금 지급 지연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하나손해보험

1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하나손보의 추가소요 지급비율(보험금 지급지연율)은 6.45%로 전체 손보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보험 약관상 지급기일 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고 늦어지는 비중을 의미한다. 숫자가 클수록 보험사가 늦장 지급을 했다는 얘기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대형 손보사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4대 손보사의 보험금 지급 지연율은 ▲삼성화재 2.28% ▲메리츠화재 2.22% ▲KB손해보험 2.7% ▲DB손해보험 2.88% 등으로 하나손보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다량의 계약건수를 보유한 대형 손해보험사와 비교해도 하나손보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손보(前 더케이손해보험)는 지난 2020년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 보험금을 제 때 안주기로 악명이 높았다. 보험금 지급 지연율이 반기 기준 6회 연속 1위다. 2022년 상반기에는 장기보험 추가소요 지급비율이 17.49%에 달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지속적인 자금 수혈에도 보험금 지급 지연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손보 인수 후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자금을 지원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가 추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총 2차례에 걸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총 276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해 줬다. 지난달에는 하나손보가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전량 인수했다. 총 4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한 상태다.

업계는 하나손보가 중소형 보험사인 만큼 대형 보험사 대비 심사 인력이 적어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고 해석한다. 작은 회사 규모로 인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급심사 중 보험사기 등 누수요인이 발견된다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꼼꼼한 검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인력 풀이 적어 심사에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금 지급이 미뤄지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심사 절차가 길어질 수록 인력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서다. 보험금 지급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류 검토 과정 표준화, 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 등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사들이 매달 보험료를 꼬박 챙기면서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기일을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보험금 지급이 지연될수록 소비자들이 보험사를 불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손보도 할 말은 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지급 지연율이 높게 표기되는 것은 당사가 실손보험을 취급하지 않아서”라며 “소액 청구가 많은 실손보험을 취급하면 전체 모수가 커져 지급율이 낮게 책정되지만, 그렇지 않아 지급지연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손보험을 취급하지 않는 손해보험사는 ▲AXA손해보험 ▲라이나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이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각사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AXA손해보험 4.9%, AIG손해보험 2.28%, 라이나손해보험 1.91% 등이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