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관련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선 한 주 동안 6억달러 넘는 순유출이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일 것을 시사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19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상자산 투자 펀드에서 순유출된 금액은 6억달러(약 8292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올해 3월 이후 최대 규모의 순유출이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서만 6억2100만달러(약 8584억원)가 순유출됐다.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역시 지난주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주 월요일인 10일엔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엔 자금 순유입이 있었다. 그러나 이튿날인 11일부터 금요일인 14일까지 4일 연속 순유출이 발생하며 지난 한 주 동안 순유출 규모는 1억8500만달러(약 2557억원)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펀드 매입보다 매도 규모가 클 때 발생한다.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의 가치 상승 여력이 없다고 보거나 가치 하락이 예상돼 현금화를 서두를 때, 매입량은 줄고 매도량은 커진다. 특히 최근 매도 경향은 개인 투자자 위주로 발생했다는 게 가상자산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17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중 아크인베스트(ARKB)와 피델리티(FBTC)가 운용하는 두 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두 상품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70~80% 수준이므로 이번 유출 역시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의 이승환 리서치 팀장은 “비트코인 변동성을 우려한 개인 투자자가 매도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투자심리 냉각은 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는 최근 상승장이 펼쳐지는 미국 증시와 대조적이다. 올해 2분기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8.56%, 이더리움 가격은 3.13%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 시총 3대장인 엔비디아(50.04%), 마이크로소프트(5.13%), 애플(26.03%)이 모두 랠리를 벌였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침체는 연준의 ‘신중론’에 영향을 받았다. 연준은 지난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연준 위원들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중간값)는 기존 3회에서 1회로 줄었다. 또한 FOMC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확신’ 관련 표현을 20회나 쓰며 기준금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가상자산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높고 글로벌 경제 유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및 전망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이 부침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점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화 팀장은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 승인, 하반기 중 금리 인하 가능성 등 거시경제 요인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이는 미국 정책의 친(親)가상자산 변화 등은 호재다”라며 “하반기엔 시장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