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DIC 홈페이지

미국 금융 당국이 금융사 실적 악화 시 담당 임원에게 지급했던 성과급을 환수하는 규제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과급 환수제를 법으로 규제하려고 했으나, 정치권과 금융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내 금융 당국도 지난해 초 임원 성과급 환수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금융사들의 반대와 법적 분쟁 소지 등을 이유로 사실상 철회했다.

17일 금융감독원 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은 금융회사 임원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제한하고, 실적 악화 시 성과급을 환수하는 규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대형 금융회사의 경우 성과급 절반 이상을 4년간 지연해서 지급하고, 실적 악화 시 최대 7년까지 성과급을 의무적으로 환수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성과급 환수 조건은 임원이 금융회사에 재무적 피해를 야기했거나, 재무 실적을 정정해야 하는 경우다.

미국의 일반 기업은 성과급 이연 지급과 환수제도가 보편화돼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대형 은행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미 금융 당국은 당시 이 제도를 법제화하려고 했으나 야당과 금융사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미국 16위 규모(자산 기준)의 실리콘밸리은행(SVB·Silicon Valley Bank)이 파산하면서 관련 규제 도입을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금융 당국도 지난해 초 금융사 임원 성과급 환수제 도입을 검토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은행권이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고 비판을 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성과급 환수제를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그러나 금융 당국은 검토 초기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성과급 이연 지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성과급 50%를 5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고 금융사에 손실이나 비용이 발생할 경우 보수를 조정하거나 지급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성과급 환수제 도입 논의 과정에서 은행권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성과급 환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은 증권사 PF 담당 임원들이 부실엔 책임지지 않고 대부분 퇴사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성과급 환수제 도입 시 이점과 법적 분쟁 소지 등을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규제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