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은행별로 제각각인 가산금리가 최고 7%포인트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돈을 빌려줄 때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이는데, 가산금리는 금융 소비자의 신용도와 목표 마진 등을 고려해 은행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 자신이 받은 대출의 가산금리가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은행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확한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무줄’ ‘깜깜이’ 가산금리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가산금리 인하 및 공시 강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대출금리 체계 개편은 정부에서도 추진하던 내용인 만큼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은행 반발이 예상된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 중 지난달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서민금융 제외)가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7.86%)인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가산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1.11%)였다. 두 은행의 가산금리 격차는 6.75%포인트다.

전북은행 다음으로 가산금리가 높은 은행은 iM뱅크(옛 대구은행)로, 평균 금리는 7.20%였다. 이어 부산은행(5.08%), 광주은행(4.70%), KB국민은행(4.15%) 순이다. 케이뱅크 다음으로 가산금리가 낮은 은행은 기업은행(2.04%)이었으며, 카카오뱅크(2.35%), NH농협은행(2.58%), 신한은행(2.85%)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손민균

은행은 돈을 빌려줄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코픽스(COFIX·국내 8대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평균 금리) 등 자금조달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등 ‘업무 원가’와 차주의 신용등급에 따라 원금 손실 위험을 평가해 이와 비례해 얹는 신용 프리미엄(예상 손실 비용) 등의 ‘리스크 관리 비용’, ‘법적 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법적 비용에는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한은에 예치하는 돈), 교육세, 기금출연료 등이 포함된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월부터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했는데, 민주당은 여기에 추가로 교육세와 기금출연료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런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규 대출뿐 아니라 만기가 3년 이상 남은 대출에도 적용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개정안에는 자율 규제에 따라 은행이 개별적으로 산출하는 가산금리의 세부 공시 항목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영업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내역은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앞서 금융 당국도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별다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은행별 가산금리 체계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별다른 사유 없이 가산금리 편차가 크지 않은지, 적정 수준보다 과도하지 않은지 등을 살폈고 문제가 있는 은행에 대해선 지도 조치했다.

은행권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정부가 개입해 조정하고 이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며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다른 것이 정상이고, 이를 제한하면 오히려 담합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