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사 전경. /우리은행 제공

금융감독원이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해 오는 12일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2022년 700억원대 대규모 횡령 사태 이후 2년 만에 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1일 “전날 사고 내용을 보고 받고, 오늘까지 사고 경위 등을 파악 후 내일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라며 “우리은행 본점에 검사 인력을 파견해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은행 직원 A씨는 올해 초부터 대출신청서, 입금 관련 서류 등을 위조해 약 1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령 금액 대부분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확인된 투자 손실은 60억원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A씨의 횡령 정황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본점 여신감리부의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했고, 이후 A씨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A씨는 전날 경찰에 자수했으며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수백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우리은행에서 잇달아 일어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불과 2년 만에 대규모 횡령 사고가 또 발생하자 ‘내부통제 실패’에 초점을 맞춰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며 “대출이 실행되기까지 여러 검증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각 지점에 준법감시 담당자와 내부통제 담당자를 각각 1명씩 배치하고 있으나, 지점 차원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대출서류를 조작해 10억원 미만의 기업 대출을 여러 차례 실행하는 수법으로 100억원 규모의 돈을 횡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실행이 적어도 10번은 이뤄진 것인데, 대출 사후 점검에 대한 지점 차원의 감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사고 경위를 상세히 파악하고 횡령금을 회수하기 위해 특별검사팀을 해당 지점에 급파했다. 구상권 청구, 내부통제 절차 점검 등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