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데 유독 은행 ISA 가입자 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ISA 수익률의 핵심인 전용 예금금리는 일반 예금금리보다 낮아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객 자금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 ISA 계좌로 옮겨가고 있다.

ISA는 예적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상품으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최대 소득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아울러 1년에 2000만원씩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ISA 계좌 유형은 ▲신탁형(가입자가 직접 펀드, 상장지수펀드 등 투자상품을 선택) ▲일임형(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직접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운용) ▲중개형(국내 상장주식도 투자 가능)으로 구분된다. 은행에서는 신탁형과 일임형 ISA를 취급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ISA 가입자 수는 525만1579명으로 전년 동기(469만6699명) 대비 55만488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은행 ISA 가입자 수는 103만503명에서 90만9357명으로 12만1146명 감소했다. 증가세는 증권사에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증권사 ISA 가입자 수는 366만5975명에서 434만2009명으로 67만6034명 증가했다. 은행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같은 해 12월 99만3562명으로 내려앉은 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신탁형 ISA가 주를 이루는데 편입 자산 중 예·적금 비중이 93%(12조7599억원)에 달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ISA 전용 예금금리는 12개월 만기 기준 3.20~3.29% 수준이다. 이 은행들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3.50~3.90%로, ISA 전용 예금금리보다 높다.

아울러 지난 2021년 처음 출시된 중개형 ISA가 인기를 끌며 은행 ISA 고객이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중개형 ISA는 채권 및 주식투자가 불가능했던 기존 신탁형 및 일임형 ISA와 달리 직접 투자가 가능한 데 이어 비과세 혜택까지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실제 ISA 도입 이후 꾸준히 고객 점유율을 높이던 은행은 2021년을 기점으로 증권사에 가입자 수 추이를 역전당한 상태다.

일러스트=손민균

정부가 올해 ISA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발표하면서 시중 자금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혜택이 늘어나면 그만큼 실질 투자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ISA도 납입 한도를 연 2000만원, 총 1억원에서 연 4000만원, 총 2억원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ISA 계좌를 통해 번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커진다. 현행 일반형 200만원, 서민형 400만원에서 앞으로 일반형 500만원, 서민형 1000만원으로 2.5배 늘린다. 비과세 한도를 넘어서는 소득에 대해선 9.9%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한다.

그러나 ISA 세제 지원의 수혜자는 증권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에서는 신탁형과 일임형의 경우 간접투자만 가능하기에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비과세를 받으려면 중개형 ISA가 유리하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가입할 수 있고 세제 혜택이 추가로 있는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만 판매하는 중개형 ISA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