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 프론트원에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이용자 및 참여기관 실무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9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과 관련해 “아무런 고통이나 충격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누가 봐도 문제 있는 사업장은 빨리, 어떤 식으로든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마포 프론트원에서 ‘대환대출 서비스 1주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하며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계속 놔두면 부실은 더욱 커지고 자금 순환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PF 부실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 비율을 지적하며 “부채가 자기자본에서 비해 많아지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가 된다”고 했다. 금융 당국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시행사가 토지 매입 등 초기 사업 단계에서 필요한 돈의 90% 이상을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 초기 비용을 위한 단기 대출)’에 의존하는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내 부동산 PF 시장이 사업성 평가보다 ‘보증’에 기댄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예전에는 건설사가 직접 땅을 사서, 부채를 일으켜서 관리했는데 건설사가 부채가 엄청나게 늘면서 PF로 바뀌었다”며 “(전통적인 PF는) 사업성을 판단해서 그것을 기초로 해야하는데 시행사-시공사-신탁사의 보증구도로 진행되니까 오히려 PF 사업성 평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선 “쎈 대책을 내놓는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은행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어디까지 취급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분에서 보완할 것이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김 위원장은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기존 보도자료와 입장이 같고, 더는 코멘트할 것이 없다”며 “논란이 되는 게 이상하다”며 “(금융 당국 입장은) 여러 차례 그동안 밝힌 입장과 변화한 게 없다”고 했다. 앞서 이 원장은 미국 뉴욕에서 투자설명회(IR)에서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고 발언해 시장에서 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밸류업 세제 혜택이 불확실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인센티브와 관련해서 기획재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상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있다”며 “기업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이런 노력에 대해 시장이 반응하고, 기업 내에서도 투자자를 보호하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은 소회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취약 계층 등 어려운 분들에게 서민금융을 공급하는데 주력했다”고 했다. 그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선 “이 자리에서 말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