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신사옥 전경. /KB금융지주 제공

KB금융(105560)그룹이 상장기업 중 처음으로 올해 4분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주가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KB금융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예고 공시를 하면서 주가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KB금융은 전일 대비 1.30% 오른 7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1.05% 상승)을 포함 이틀 연속 상승세지만, 뚜렷한 반등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KB금융 주가는 지난 22일 8만원선을 돌파했다가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7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 공시하는 방식이다.

KB금융은 지난 27일 상장사 중 1호로 밸류업 공시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은 공시를 통해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 왔다”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2024년 4분기 중 공시하기로 지난 24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장은 밸류업 공시 1호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KB금융이 첫 밸류업 계획을 공시를 하자 시장에선 KB금융을 ‘밸류업 대장주‘로 평가하면서 강력한 주가 반등을 점쳤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주가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1호 공시 기업 타이틀을 위해 내용이 없는 공시가 발표됐다는 반응이다. ‘1호 공시’가 나올 때까지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KB금융이 ‘예고 공시’로 포문을 열어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정보시스템(KIND)

시장 관계자는 “자율 공시라 강제성이 없고 인센티브도 없어 초반 기업들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KB금융이 앞장선 것”이라며 “금융 당국의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정에선 KB금융이 4분기에 발표한다는 밸류업 계획도 기존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현재 40% 수준까지 끌어올린 높은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고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총액 기준 분기별 균등 현금배당, 예상 가능한 연간 현금배당 총액 제도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데 이어 자사주 매입·소각 병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4분기에 발표하는 밸류업 계획도 이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