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자, 또 다른 가상자산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ETF 승인은 이더리움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것을 넘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시작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벌써 차기 ETF 출시 후보로 솔라나·리플을 비롯해 ‘밈코인’의 대명사 도지코인도 거론되고 있다.
2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의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 제프리 켄드릭은 최근 해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솔라나·리플 ETF가 내년 중 승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거텀 추가니는 솔라나를 포함한 주요 알트코인이 이더리움과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 ETF가 승인되면서 또 다른 알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더리움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증권성 문제가 해결되면서, 같은 분쟁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도 이더리움처럼 ETF 승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SEC는 이더리움이 스테이킹(이더리움을 예치한 대가로 이자 명목의 보상을 받는 것) 때문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 ETF 발행사들은 스테이킹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ETF 신청서를 수정했다.
SEC와 소송에서 승소한 리플(XRP)도 ETF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리플 최고경영자(CEO)인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이더리움 ETF가 승인된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리플은 비트코인과 같은 법적 명확성을 확보했다”라며 “다른 코인에 비해 리플 현물 ETF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뉴욕지방법원은 SEC가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한 행위라 볼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또 업계는 솔라나(SOL) ETF 출시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솔라나는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바이낸스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5위를 기록 중인 가상자산이다. SEC는 솔라나가 증권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더리움처럼 언제든지 판단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솔라나 발행사는 솔라나가 증권이라는 SEC 판단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관계자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의 의미는 ‘규제 환경 변화 가능성’에 있다”라며 “더욱 명확한 규제 환경 마련과 가상자산 수용 확대 기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에 알트코인 현물 ETF 출시 시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 추가 ETF가 출시될 것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현물 ETF로 승인되기 위해선 최소한 상품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선물 ETF로 출시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이더리움밖에 없다. 현물 ETF로 인정받기 위해선 우선 선물 ETF로 상장되는 수순부터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솔라나 가격은 이더리움 ETF가 승인되기 전인 지난 21일 185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날 오후 2시 기준 166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리플 가격도 0.54달러에서 0.52달러로 하락하는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