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수요가 늘면서 은행이 채권을 찍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 은행채 발행 증가는 대출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10조4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채 순발행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11월(10조5327억원) 후 5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은행채는 상환액이 신규 발행액보다 많은 순상환 기조를 유지했다. 순발행액은 ▲1월 –4조9070억원 ▲2월 –4조2042억원 ▲3월 –1조160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순발행 기조로 전환됐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0일 기준 5조1100억원 규모의 은행채가 순발행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4월 기업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11조9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도 5조1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예금은 유출됐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16조3371억원으로 전달(647조8882억원) 대비 31조5511억원 감소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채 순발행액이 늘어나면 대출금리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채는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통상 채권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오른다. 발행액이 늘어 가격이 내려가면 채권 금리를 높게 매겨야 물량을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순발행 기조로 돌아선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부터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지표가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 만기 금리는 3.596%로 4월 초(3.552%)보다 상승했다.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 또한 상승하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25~5.87%로 4월 초 연 3.06~5.48%와 비교해 하단은 0.19%포인트, 상단은 0.39%포인트 뛰었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현 95%에서 97.5%로 2.5%포인트 올리기로 하면서 은행채 순발행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LCR은 고유동성 자산을 30일간의 순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이를 100%에서 85%까지 낮췄다가 이후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다. LCR 비율을 높이면 은행은 현금성 자산을 늘려야 하기에 단기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 역시 LCR 정상화에 대비한 은행의 자금조달 수요가 발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올해 만기도래 은행채가 180조원 규모인 점도 대출금리 상승 압박을 높이는 요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181조6818억원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81조1000억원, 100조7000원의 은행채가 만기 도래한다. 특히 월별 만기도래 물량이 매달 10조원을 크게 웃돌아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순발행 기조는 LCR 규제 정상화와 만기도래 물량 등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있어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