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정기보험 판매 경쟁에 불이 붙었다. 보험사들은 경영인 정기보험이 법인세를 줄이는 수단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질적인 절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인 정기보험은 법인 대표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중소기업 대표 등을 상대로 ‘최고경영자(CEO) 플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법인 영업은 개인보다 가입 액수가 커 보험사 입장에서 알짜로 통한다.
보험사는 경영인 정기보험을 비롯해 종신보험·연금보험 등을 활용해 법인세를 아낄 수 있다면서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법인세 감면’ 또는 ‘법인세 절감’ 등 홍보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인 정기보험은 계약자·수익자를 법인으로, 피보험자를 대표로 설정해 가입하는 게 보통이다. 법인 자금으로 보험료를 낸 뒤 대표에게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가령 법인 자금으로 10년 동안 10억원의 보험료를 냈다면, 일정 시점에 계약을 해지해 해약환급금 10억원을 받아 이를 다시 대표에게 퇴직금으로 주는 것이다.
보험 설계사들은 이런 방법이 법인세를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인이 매달 수백만원씩 보험료를 내면, 이를 비용(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은 소득 2억원 이하가 9%, 2억원 초과가 19%다. 법인 자금으로 매월 500만원을 내면 매년 540만~1140만원의 법인세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절세가 아닌 과세 이연이라는 점이다. 세금 납부가 면제되는 게 아니라, 내야 할 세금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을 받으면 법인의 수익(익금)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미뤄왔던 세금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8년 “해약환급금은 해약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소득금액 계산 시 익금에 산입한다”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보험 설계사들은 해약환급금 전부를 곧바로 대표에게 퇴직금으로 지급하라고 권유한다. 해약환급금은 법인의 수익이지만, 퇴직금은 비용이 되기 때문에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보험 설계사들의 주장이다. 법인 대표는 근로소득보다 더 낮은 세율인 퇴직소득세만 내고 퇴직금을 받아 간다. 하지만 편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방법이 실질적인 절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보험에 가입해 매년 보험료를 비용 처리하는 것과, 보험 가입 없이 최종적으로 대표 퇴직금을 비용 처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 세무사는 “법인은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엔 퇴직금에 대한 비용처리를 할 것이다”라며 “미래 한꺼번에 할 비용처리를 보험 가입 기간 동안 나눠서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료 납입으로 과세표준이 바뀌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 절세 효과는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퇴직금 한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오히려 퇴직소득세가 아닌 근로소득세를 내야 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법인세 절감 효과가 있다는 영업 방식이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경영인 정기보험에 대한 불완전판매 우려와 관련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보험업계에서 ‘절세 효과’ 등을 강조하며 영업을 확대하고 있어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라며 “절세 목적으로만 (경영인 정기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