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부동산 등 담보물 가치를 부풀려 과다 대출하는 배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은행에 6월까지 대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점포를 대상으로 한 자체 감사 결과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국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 대출 규모가 급증한 점포를 대상으로 상업용 부동산·토지 등 담보 가치를 부풀려 과다 대출한 사례를 조사해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4월 각 은행에 담보 가치를 부풀린 대출 사례를 어떻게 조사할지 검토하라고 했고, 이달 1차 자료를 받아봤다”며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탓에 담보 가치 부풀리기로 의심할 만한 대출 사례가 상당해 점포를 추려 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부동산 담보 가격을 부풀려 대출을 과다하게 내준 배임 사고가 적발됐다. 금융 사고 금액은 각각 104억원, 110억원 규모다.
국민은행 직원 A씨는 지난해 말 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 가치를 ‘상가 매입 가격’ 대신 ‘분양가’로 평가했다. 문제는 담보로 잡힌 지식산업센터가 수년 동안 미분양 상태였는데, 분양받은 사람이 최초 분양가보다 싼값에 상가를 매입했다는 점이다. 담보에 대한 대출 한도액을 초과하거나, 담보로 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해 고의로 대출한 경우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
농협은행 직원 B씨는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면서 담보물인 부동산 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내줬다. 예컨대 실제 가치는 50억원이지만 부동산 감정 평가 과정에서 이를 100억원으로 산정해 50억원 이상의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대출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전날에도 유사한 사례의 배임 사고 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융 사고 금액은 총 65억원이다. 한 건은 채무자가 위조한 공문서를 직원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감정가보다 높게 가치를 책정해 초과 대출을 내준 사례고, 다른 한 건은 부동산 가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한 사례다.
농협은행은 금감원이 지시한 자체 감사를 진행하던 중 이런 사고 내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사고 발견 즉시 금융 당국에 보고를 했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사고에 관한 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 검사에 착수하기 전 농협은행으로부터 사고 내용을 보고 받았다”며 “건전성 및 내부 통제 관리가 취약해 발생한 금융 사고 내역을 정기 검사에서 집중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