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 달 동안 조정을 겪었던 가상자산 시장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급등하고 있다. 이번 가상자산 시장의 반등은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호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순유입으로 돌아선 데 이어 미국 규제 당국이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시장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각) 기준 비트코인은 7만1181달러(약 9711만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전날과 비교해 6.06% 오른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7만100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42일 만이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3646달러(약 497만원)를 기록해 전날 대비 16.66% 급등했다. 이더리움은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 3100달러선에 머물렀지만 이날 오전 4시쯤부터 가파른 상승을 시작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반등은 가상자산 현물 ETF 관련 호재가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우선,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자금이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지난달 25일부터 6거래일 연속으로 순유출이 일어날 정도로 4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인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일부터 다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순유입으로 전환됐으며 지난 한주에만 순유입액은 10억4119만달러(약 1조4209억원)로 집계됐다.
이날 새벽부터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퍼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23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 현지 가상자산업계에선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를 뒤집은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은 즉각 급등했다.
이날 오전 4시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25%에서 75%로 상승했다”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밝혔다. 그는 “SEC가 이 문제(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대규모 자금을 가상자산 시장에 끌어들인다. 동시에 공공 분야를 포함해 여러 기관의 수요를 늘려 수급을 안정시키고 가상자산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매크로(거시경제) 요인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도 시장 내 ETF의 상대적인 영향력이 커진 원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물 ETF가 생기면 개인과 기관 자금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다”며 “FTX 파산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불신하는 이들의 자금도 ETF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더라도 단기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이더리움 미결제약정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큰 변동성이 예상되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