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데이터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의 요율이 지속해서 낮아지자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을 모색하는 것이다. 다만 카드업계에선 아직 데이터 사업이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정보조회업 허가를 받았다. BC카드는 카드사 중 최초로 자사가 보유한 법인 사업자들의 신용 관련 데이터를 분석·가공해 다른 회사에 제공하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BC카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 정해지진 않았다”며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데이터 사업 선두 주자인 신한카드는 관련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2021년엔 정관상 사업목적에 ‘데이터 전문기관업’을 추가했으며 올해 3월엔 ‘Datablue(데이터블루)’ 상표권을 출원했다. 신한카드는 본격적인 사업 출범에 앞서 데이터블루라는 브랜드명을 선점하고 사업 계획을 꾸리는 중이다. 카드 데이터로 기업과 마케팅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삼성카드는 지난 13일 ‘블루데이터랩’이라는 자체 데이터 판매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데이터 사업에 기웃거리는 이유는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서다. 카드사의 주된 수입은 가맹점 수수료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결정짓는 수수료율은 계속해서 인하되는 추세다. 지난 2012년 1.5~2.7%였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4번의 개편을 거쳐 현재 0.5~1.9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수수료율이 낮아지면서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도 주춤하고 있다. 한때 12조원을 바라보던 8개 카드사의 연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7조~8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카드업계가 데이터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으나 아직 관련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4년부터 데이터 판매를 시작한 신한카드는 지난해 데이터 사업에서 1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신한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7724억원)에 비하면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신한카드는 새롭게 뛰어든 데이터 전문기관업에 5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를 회수하려면 앞으로 5년은 걸린다는 계산을 내놨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 데이터 거래 비중이 큰 곳이 공공 분야인데 이곳에서 큰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기업들의 카드사 데이터 수요가 증가하면 관련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