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함부르그호가 항해하고 있다. /HMM 유튜브 캡처

국적선사 HMM(011200)이 1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중도 상환하기로 하면서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상환받아야 하는데, 채권단의 HMM 지분율이 계속 늘어 매각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은 2019년 5월 24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30년 만기(영구채) 채권에 대한 중도 상환 청구권 행사를 최근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3조2498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을 보유한 상황에서 굳이 영구채 이자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HMM이 발행한 이 영구채는 발행 5년이 넘어가면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현재 연 3%인 금리는 발행 6년째부터 연 6%로 높아지고, 7년째부터는 매년 0.25%포인트씩 추가 가산된다.

HMM은 발행 5년째가 되는 오는 24일 이 영구채를 채권단에 상환하겠다고 결정했다. 채권단인 산은과 해진공은 원리금을 상환받을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시장은 배임 등을 이유로 채권단이 HMM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상환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격은 주당 5000원이다. HMM 주가가 현재 1만8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산은과 해진공은 주식 전환으로 3배가량의 차익을 낼 수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은 2000만주를 받게 되는데, 주가 1만8000원을 적용할 경우 약 3600억원에 달한다. 영구채 원리금을 상환했을 때보다 약 2600억원의 추가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이를 포기할 경우 산은과 해진공 경영진들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뉴스1

문제는 채권단 보유 지분이 계속 늘어 HMM 재매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번 영구채를 주식으로 받을 경우 HMM 보유 주식은 현재 3억9979만주에서 4억1879만주로 증가한다. 지분율은 57.88%에서 59.1%로 늘어난다.

앞으로 HMM이 보유 영구채를 계속 상환할 경우 채권단 보유 지분이 급격히 증가한다. HMM은 195회(5월), 196회(10월), 197회(2025년 3월)에도 중도 상환 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받으면 지분율은 71.7%까지 늘어나게 된다.

앞서 채권단이 하림-JKL파트너스컨소시엄에 지분 57.88%를 매각하려고 했을 때 가격은 6조4000억원이었다. 보유 지분이 늘어나면 매각가도 증가해 파는 쪽도 사는 쪽도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 측과의 매각이 무산된 것도 영구채 상환을 유예해달라는 요청을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71.7%까지 오르면 재매각을 할 때 경영권 행사 지분 50%를 매각한다고 해도 채권단이 나머지 21.7%를 계속 보유하게 된다”며 “원매자 입장에선 6조원을 넘게 쓰고도 채권단과 공생을 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 채권단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10조원 가까이 써야 하는데 국내에 이 정도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얼마나 되겠냐”고 했다.

또 HMM 주가가 떨어지면 산은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쳐 기업 지원 여력이 줄어들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HMM 주가가 1000원 떨어지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0.07%포인트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