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모임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대표사례에 대한 배상비율이 30∼65%로 결정됐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최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5개 은행과 고객 간 분쟁 사안 중 대표사례에 대한 투자손실 배상비율을 이처럼 결정했다.

분조위는 5개 은행에서 모두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은 설명의무 위반(20%)에 개별 사례에서 확인된 적합성 원칙 및 부당권유 금지 위반사항을 종합해 30~40%로 산정됐다.

분조위는 대표사례를 살펴본 결과 판매직원이 투자권유 단계에서 투자성향분석 등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등 가입자의 객관적 상황에 비춰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하며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손실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대상 기간을 20년 대신 10년이나 15년으로 설정해 손실위험을 축소해 투자자에게 안내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판매직원이 신탁통장 표지에 금액, 이율 등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부당권유가 발생했다.

그래픽=정서희

사안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대표사례가 가장 높은 배상비율(65%)이 책정됐다. 농협은행은 5000만원을 투자한 70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부실하게 파악해 공격투자자로 분류하고 손실 위험을 왜곡해서 설명했다.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했고, 고령자 보호기준 등도 준수하지 않았다. 가입서류 중 확인란에 본인의 실제 서명 대신 ‘서명하세요’라고 기재했는데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은 40%로 산출됐다. 대면가입(10%포인트), 고령자(5%포인트), 모니터링콜 부실(5%포인트),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5%포인트), 서명 누락(5%포인트) 등 가산요인과 과거 주가연계신탁(ELT) 지연상환 경험(5%포인트) 등 차감요인을 반영했다.

KB국민은행은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온 국민은행 40대 고객에게 ELT를 가입하라고 권유하면서 형식적으로 투자목적과 재산상황, 투자경험을 파악해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했다. 이 고객은 향후 암 치료 목적으로 사용 예정이던 암 보험 진단금을 예·적금에 예치해두려고 해당 창구를 방문했지만 ELT 투자 권유를 받고 4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사례의 기본배상비율은 30%로, 여기에 대면가입(10%포인트), 예·적금 가입목적 인정(10%포인트), 투자자정보확인서 상 금융취약계층(5%포인트), ELS 최초투자(5%포인트) 등 가산돼 최종 배상비율은 60%로 정해졌다.

하나은행의 사례는 40대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실질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문자로 ELT 가입을 권유하고 손실위험을 누락하며 기본배상비율이 30%로 산정됐다. 이 고객은 모바일을 통해 가입했지만 지점에 방문해 가입한 경우여서 대면가입으로 10%포인트 가산 요인을 인정받았다. 다만 ELT에서 지연상환 경험이 있고(5%포인트), 매입규모가 5천만원을 초과(5%포인트)해 최종 배상비율은 30%로 결정됐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한다.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앞서 발표된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 방식으로 처리된다.

금감원은 “분조위 결정을 통해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