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부실자산이 1년 사이 1조58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B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 특정 보험사를 중심으로 부실자산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체투자 손실 여파 등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손해보험사의 고정 이하 자산은 지난해 4조51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2조3634억원) 대비 90.9%, 2022년(2조9329억원) 대비 53.8% 증가한 수치다.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2조5202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1조6637억원에서 1조9935억원으로 19.8% 증가했다. 고정 이하 자산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자산을 합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보험사들의 부실자산이 증가한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보험사의 기업대출 부실채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사의 기업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0.91%로 전년 대비 0.7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0.08%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다만 보험업계에선 부동산 PF 여파가 모든 보험사의 부실자산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부실자산이 증가할 경우 일부 보험사가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라며 “과거 모든 보험사가 겪었던 유동성 위기 등과는 다른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부실자산은 일부 보험사에서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부실자산 증가액은 DB손해보험이 71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손해보험은 2398억원, 교보생명은 1992억원, 한화생명은 1806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화재·NH농협생명·동양생명 등 10곳의 부실자산은 감소했다. 특히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1274억원, 미래에셋생명은 1173억원, 메리츠화재는 861억원 각각 줄어들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대출채권 부실 영향이 컸다. DB손해보험의 대출채권 중 부실채권은 2021년 56억원, 2022년 77억원에서 지난해 6808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부실자산의 95%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에서 부실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0.3%에서 지난해 1.88%로 상승, 전체 보험사 중 네 번째로 높아졌다.
부실자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손해보험이었다.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부실자산 비율은 2.93%로 전년(0.89%) 대비 2.04%포인트 상승했다. 가중부실자산 비율도 같은 기간 0.42%포인트 상승한 0.79%였다. 2위인 하나생명보다 0.14~0.41%포인트 높다. 가중부실자산은 고정 이하 자산(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에 각각 20%, 50%, 100%를 가중해 계산한 것으로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롯데손해보험의 부실자산이 증가한 것은 대체투자 손실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 롯데손해보험이 대체투자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았다면서 경영유의 1건과 개선사항 3건을 통보했다. 당시 금감원은 “대체투자 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2018~2020년 사이 투자된 상업용 부동산 등의 부실이 현실화됐다”라며 “각 부문의 위험요인 특성을 반영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아 결산 시점 손익 악화 등에 사전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DB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은 자산을 보수적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부실자산 비율이 증가했다고 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 당국의 보수적인 권고사항이 있었다”라며 “실제 부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고, 자산 건전성이 좋아지면 다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자산평가사가 산정하는 가격보다 30~40% 보수적으로 산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라며 “투자자산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면 일시적으로 고정 이하 자산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