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7%대 가까이 치솟자 시중은행 외화대출이 급감하고 있다. 높은 환율로 이자 부담을 느낀 국내 기업이 외화 대출금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화대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3월 말 국내 외화대출 잔액은 82억5200만달러로 전년 동기(94억달러) 대비 11억4800만달러 급감했다. 1년 새 12.21%가량 감소한 것이다. 22일 기준 원·달러(1379.5원) 환율로 보면 1조5842억가량 감소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대출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 통상 외화대출의 주 고객층은 기업으로 그중에서도 대기업 비중이 높다. 외화대출 급감은 기업이 환율 상승이 이어진다고 내다봐 대출 규모에 부담을 느껴 대출금을 갚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달러로 대출을 받았다면 환율에 따라 원화 환산 상환금액이 달라진다.

가령 100만달러를 대출받는다고 해도 환율이 1200원일 경우 12억원이지만, 환율이 1300원이면 갚아야 할 금액은 13억원이 된다. 이자도 마찬가지로 늘어난다. 월 상환 이자가 1만달러라면 환율이 1200원일 때는 1200만원이지만, 1300원이라면 1300만원이 된다.

지난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환전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환율.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치솟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종가(1288.0원)보다 7.3% 상승한 수치다. 16일 장 중 한때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장중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1997~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광폭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졌던 2022년 하반기 등 3차례에 불과하다.

달러 강세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3분기였던 원·달러 1200원대 진입 전망을 4분기로 조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2분기 평균 원·달러 전망을 기존 1300원에서 1325원으로 올려잡았다. 3분기 전망도 1260원에서 13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4분기 전망 역시 1250원에서 1280원으로 높였다. 4분기 들어서야 1200원대 안착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강달러 압력이 우세한 가운데 7월에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개시되면서 달러 하락세가 전개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양호한 미국 경기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강달러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기업의 원화 대출이 늘어난 것도 외화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일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785조1515억원으로 전년 동기(714조2615억원)보다 70조8900억원 늘었다. 대기업 원화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대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145조843억원으로 전년 동기(111조9443억원) 대비 33조14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