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가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 정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침에 따르자니 연체율은 낮출 수 있지만, 수익은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당국은 차제에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경-공매 활성화를 위해 현장점검도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수익성 방어를 위해 매각 보다는 버티는 쪽을 택했던 저축은행 업계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일부터 저축은행 부동산 PF 정리를 위해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중앙회 표준 규정에 반영해 시행 중이다.
표준 규정 개정안을 보면 저축은행들은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에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실시해야 한다. 공매가는 실질 담보가치와 매각 가능성, 직전 공매 회차 최저 입찰가격을 감안해 적정하게 산정하도록 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뤄진 조치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치솟는 등 건전성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3.41%)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부동산 PF 연체율도 6.94%로 전년 말(2.05%)보다 4.89%포인트나 높아졌다.
자산 기준 상위 다섯 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을 보면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연체율은 각각 4.91%, 6.68% 로 전년 대비 2.88%포인트, 1.75%포인트씩 상승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5.14%, 웰컴저축은행 5.75%, 애큐온 저축은행 5.09%로 전년 대비 2.37%포인트와 2.53%포인트, 2.23%포인트씩 상승했다. 6년만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연체율 4.12%에서 9.39%로 5.27%포인트나 치솟았다.
건전성 지표 악화에도 불구, 저축은행 업계는 경·공매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부실채권 정리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어서다. 부실 채권에 대해 충당금을 적립한데다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하게 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연간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등 업계 전체가 수익성이 악화한 것도 걸림돌이다. 조달 비용 상승과 부동산 PF 대출 관련 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면서 순이익이 크게 급감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절반이 넘는 41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들은 연체율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이 개선될 때까지 만기를 연장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5년내 저축은행들의 급격한 성장으로 충분한 유보금이 쌓여 있는 데다 대규모 부실 사태를 막으려면 건전성 관리가 먼저라는 것이다.
금감원이 이달 내 저축은행 현장점검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에 팽배한 ‘버티자’는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어서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연체채권을 신속하게 매각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당국은 부동산 PF 부실채권 경공매 외에도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채널을 늘리는 등 업계 전반의 건전성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PF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지 ‘위기설’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라며 “저축은행들이 경공매 활성화 등을 통해 연체율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