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브모바일. /KB국민은행 제공

통신업계 '메기'로 뛰어든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초저가 요금제를 통한 '출혈경쟁'을 중단한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을 펼치던 KB국민은행은 정식 사업을 앞두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커지자 기존의 요금 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16일 국회와 금융 당국,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 혁신금융서비스로 진행해 온 알뜰폰 사업 'KB리브엠(KB Liiv M)'을 은행법상 부수업무로 금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요금제 가격 정책을 함께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이 제출한 요금제 가격 정책은 망 도매대가 대비 90% 이상 수준에서 요금제를 책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망 도매대가는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리는 비용으로, 알뜰폰 서비스의 원가를 의미한다.

KB국민은행이 망 도매대가 대비 90% 이상으로 요금제를 책정하겠다는 것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출혈경쟁을 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통상 망 도매대가의 80% 이하 수준에서 요금을 결정하고 있다. 중소 사업자보다 높은 가격으로 요금제를 내놓으며 이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겠다는 게 KB국민은행의 복안이다.

이러한 KB국민은행의 요금제 정책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을 펼쳤다. 망 도매대가의 60~70%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요금 마케팅을 진행한 KB국민은행은 리브엠 가입자 40만명을 모았다.

KB국민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종료하고 알뜰폰 사업을 정식으로 은행법상 부수업무로 신청하려고 하자 이러한 초저가 요금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자본력을 앞세운 은행이 초저가 요금을 내세워 알뜰폰업계에 진출할 경우 통신 시장의 경쟁 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KB국민은행을 포함한 은행들에 망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반드시 부과해야 한다"며 "KB국민은행이 도매대가 이하 상품 판매 금지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원가 이하의 약탈적 요금제를 통한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속내를 보이는 것"이라고 정부에 사업 승인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러스트=정서희

결국 KB국민은행이 원가보다 과도하게 가격을 낮춘 요금제는 선보이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다른 은행들도 초저가 마케팅을 선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업계에 가장 먼저 뛰어든 KB국민은행이 요금 기준을 정립하면서 알뜰폰 사업에 뒤따라 진출하는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이보다 낮은 요금제를 선보일 경우 중소 사업자의 반발이 심해질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과당경쟁 방지와 알뜰폰 사업자와의 상생을 고려해 요금제 수준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당국이 정하진 않았지만, 이 기준이 새롭게 시장에 진출할 다른 은행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 서비스를 통해 금융거래이력부족자(thin-filer, 씬파일러)의 대안신용평가를 진행하는 등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사업은 씬파일러의 신용도를 파악할 방안이 될 수 있고, 금융상품과 연계한 요금제를 출시한다든지 금융과 통신을 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