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수료 관련 민원을 금융 당국에 제기해 금융감독원이 대대적인 현장 검사에 나섰다. 검사 타깃이 된 제2금융권은 금감원에 충실히 협조하겠다면서도 건설업계의 태도 변화에 대해 난감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증권·보험·캐피탈 등 2금융권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다올투자증권·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OK캐피탈 등에 대한 검사를 마쳤으며 4월에도 다른 금융사를 상대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금감원의 2금융권 점검은 건설업계 민원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일부 건설사들은 금융사가 부동산 PF 계약 시 수수료를 과도하게 수취한다며 금융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3월부터 2금융권 PF 수수료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PF 수수료가 대출 위험에 상응해 공정과 상식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부과되고 있는지 점검해 건설업계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2금융권에선 건설업계의 민원 제기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사와 건설사 간 수수료 계약은 불법이 아닐뿐더러 과거엔 건설업계가 전혀 이를 문제로 삼지 않았다는 게 2금융권의 공통된 주장이다.
2금융권 입장에선 금융사가 사업성을 평가하고 대주단(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들의 단체)을 꾸려 거액을 대출해 주는 만큼 대출 수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건설업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부동산 PF 만기 연장 시 추가 수수료를 받는 행위 역시 대주단 입장에선 대출금 회수 위험 부담이 늘어나기에 마땅한 계약이라고 항변한다.
특히 2금융권은 ‘건설업계의 태도가 변했다’고 주장하며 난감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몇 년 전 건설경기가 좋았을 때는 건설사들이 수수료 계약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최근 건설경기가 가라앉자 갑자기 건설사들이 수수료를 못 내겠다고 금융 당국에 민원을 냈다는 게 2금융권의 설명이다.
2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나 지금이나 금융사가 받는 부동산 PF 수수료는 비슷한 수준이다”라며 “건설비용 부담이 늘고 건설업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상호 계약으로 맺은 금융 자문 수수료 책임마저 회피한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