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부산의 A새마을금고는 지난해 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대출 이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년 대비 300억원가량 증가할 동안 예·적금 이자로 빠져나가는 돈은 500억원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A금고의 이익잉여금도 1년 새 40억원에서 마이너스(-) 7억원으로 손실 전환됐다. 이익잉여금은 회원 출자금을 제외한 금고의 자본적립금이다.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금고가 자본잠식에 가까운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A금고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는 ‘취약’ 등급(4등급). A금고는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받았다고 올해 1월 공시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난 1년 동안 90개에 달하는 지역 금고에 경영 상황을 개선하라고 경고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부터 상호금융권에 불어닥친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에 따른 영향이다. 일부 지역 금고는 ‘준파산 상태’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조선비즈가 새마을금고중앙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난 1년간의 지역 금고 수시 공시를 전수 확인한 결과, 이 기간 90개의 금고가 96번 ‘경영개선권고·요구’를 받았다. 경영개선권고·요구는 중앙회가 지역 금고의 경영 실태를 살펴보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내리는 경고 조치다.

지역 금고가 자본적정성 또는 자산건전성 분야에서 취약(4등급)이나 위험(5등급) 판정을 받으면 권고를, 종합경영평가에서 취약이나 위험 판정을 받으면 요구가 내려진다. 경영개선권고·요구를 받은 지역 금고는 2개월 이내 중앙회에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계획이 부실하면 금고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경고 조치를 받은 지역 금고들은 자기자본 비율이 낮거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았다.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분야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경북의 B새마을금고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 말에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0.01%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자산 중 돌려받지 못해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는 위험자산과 비교해 B금고의 자기자본이 적다는 뜻이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영업점 모습. /뉴스1

지역 금고들이 무더기로 경영 관련 경고를 받은 것은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영향이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부동산 PF 대출을 포함해 연체 채권이 불어났고 금고들의 자산건전성도 나빠졌다. 아울러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일부 금고들이 무리한 고금리 수신 유치 경쟁을 벌인 결과, 수익성도 악화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역 금고들이 시급한 위험 수준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기관인 행정안전부와 금융 당국 공조로 경영 상황 관리를 이행하고 있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경영 상태 개선을 위한 경영지도를 적극적으로 실시 중이며 앞으로도 경영실태평가 등을 통해 지역 금고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적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