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보건소에 임신 준비 안내문이 놓여 있다. /뉴스1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난임·불임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보험은 찾아볼 수 없다. 상품으로 개발해도 손실만 날 것이 분명해 보험사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 아래 민간 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미국 22개 주가 '출산보험 보장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법은 민간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난임 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법이다. 보장 범위는 주마다 다르지만, 통상 인공수정·난자 채취·세포질 내 정자 주입·나팔관 이식 등에 따른 치료비를 보장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난임 치료 서비스를 받은 여성 중 70%가 민간 보험으로 치료를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체외수정(IVF)은 15개 주가 보장한다. 미국에서 IVF는 1만5000~2만5000달러(약 2000만~3300만원)로 알려져 있다. 비싼 만큼 보장 횟수에 제한이 있고, 소득이 높은 고객만 보장받는 경향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캘리포니아 등은 회사가 모든 직원을 난임보험에 가입시키는 등 단체보험 형태로 운영한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국민건강보험이 없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으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한다. 병원에서 의료비를 청구하면, 보험사가 병원과 협상해 의료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인하한다. 인하된 의료비 중 일부는 가입한 보험을 통해 지불하고, 나머지를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난임보험도 이와 유사한데, 보험사마다 상품이 제각각인 만큼 보장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한국은 의료비 중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지급하고, 나머지를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현재 체외수정·인공수정은 급여대상으로 본인부담률은 45세 미만 여성이 30%, 45세 이상은 50%다. 체외수정 중 신선·동결배아 보장 횟수는 기존 7~9회에서 올해부터 20회로 늘어났다. 다만 나머지 대부분의 치료는 비급여로 환자가 직접 부담한다.

일본생명이 2016년 10월 일본 최초로 선보인 난임보험 'ChouChou'. 최대 12회 한도 내에서 난임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아이를 1명 출산하면 10만엔(약 90만원), 2명은 30만엔, 3명은 50만엔을 받는다. /일본생명 제공

일본은 2014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난임 치료비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치료비 부담이 해결되지 않자 민간 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 보험업법을 개정, 난임보험 인수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일본생명과 도쿄해상은 같은 해 난임치료를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관련 상품이 없다. 여성 특화를 내세운 한화손해보험이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에 난임 시술·진단비 특약을 탑재한 것이 사실상 유일하다. 금융감독원 주도로 2014년 12월 월 보험료 3만~5만원짜리 난임보험이 출시됐지만 활성화에 실패했다.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을 꺼리는 이유는 손해율 때문이다. 난임보험이 출시되면 난임 가능성이 큰 여성이 집중 가입한다. 가입자 절대다수가 보험금을 받으면 손해율이 치솟는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보험료가 비싸질수록 상품성은 떨어진다.

급여·비급여 체계가 표준화되지 않은 점도 상품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소한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상품 개발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에서조차 임신·출산과 관련해서는 면책사유(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라며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족도 많아 난임 비율이 얼마인지 제대로 된 통계나 연구보고가 있는지도 몰라 상품을 만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